매일신문

PC통신세상

때 아닌 공자 논쟁이 뜨겁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 공자논쟁의 단초를 제공했다. 저자 김경일 교수는 토론없는 가부장제, 끼리끼리 이익을 나누는 혈연적 폐쇄성, 스승의 권위 강조로 인한 창의성 말살 등 한국사회에서 드러나는 문제의 원인 제공자로 공자를 지목한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대안없는 비판, '과격하고 위험한 발상'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PC통신 천리안에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사는가?'는 토론마당이 개설돼 네티즌들의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배동윤공자의 사상이 권력장악을 변호하거나 특정 정치세력의 입지를 강화시키는데 이용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왜곡된 진리는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권력측에서 주장하는 공자의 사상은 재해석되어야 한다. 박정희 정권은 '충효사상'을 강조했다. 당시 김동길 교수는 '지금은 민주주의시대인데 임금이 있어야 충성을 하지'라고 했다.

자신들의 권력 승계, 수호를 위해 공자의 사상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유리한 쪽으로 해석한 것을 바르게 재해석해야 한다. 잘못 전해지는 공자의 사상은 마땅히 죽어야 하고 이 시대와 상황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

△송영배다른 것도 그렇듯 유도에도 '빛과 그늘'이 있다. 저자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날카롭게 끄집어 냈다. 다만 공자 사상에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끊임없는 배움의 자세다. 문제 투성이인 현실 자체를 모른척하거나 거기서 발뺌하지 않고 일을 풀어 보려는 자세, 그리고 '나서 죽을때까지 만족하지 않고 배우고 또 배우려고 했던' 가짐새 만큼은 오늘 우리도 배워야 한다. 현실을 떠나 은둔하거나, 현세를 벗어나 내세로 달아나려 하지 않고, 바로 이 자리에 터잡아 이 현실을 고치려 했던 공자의 사상은 본받을 바가 있다.

△박경훈우리사회 어디에 공자가 살아 있나. 이혼이 통과의례처럼 된 시대에, 한 집에 사는 제 아비가 죽어 그 시신이 다 썩도록 자식이 아무것도 모르고 지내는 시대에, 행락 여행지의 콘도에서 추석 차례를 지내는 시대에, 도대체 어디에 공자가 살아있는가.

유교가 남성을 위한 도덕, 어른을 위한 도덕, 기득권자를 위한 도덕, 주검 숭배가 낳은 우울함이라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기독교는 어떤가. 기독교 문화의 언어인 영어에서 인간을 의미하는 'man'은 또한 남자와 동의어이기도 하다. 국가에 대한 충성은 유교만의 윤리인가. 성희롱은 유교윤리의 산물인가. 성희롱은 본질적으로 미국문화의 산물이 아니던가. 부하직원의 성희롱으로 세계적 조명을 받은 미국 대통령은 공자의 신봉자였나.

〈李鍾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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