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도를 넘는 무더위로 심신이 묵직한 요즘. 저녁상을 물린 뒤 집을 벗어나 무더위도 떨치고 색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멋진 피서법이 있다.
야간산행이 바로 그 것.
대구앞산도 좋고 비슬산이나 팔공산 등 낯익은 산 어디라도 좋다. 그 곳에서는 하루종일 달아오른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숲이 뿜어내는 열기와는 10도이상의 체감차이를 느낄 수 있다.
혼자도 괜찮지만 어두운 밤인 만큼 동료들과 함께 나서는 것이 좋다. 평소의 등산복 차림에 손전등만 갖고 떠나면 된다. 산행을 약간 길게 잡으면 헤드랜턴이나 비상식량, 초콜릿, 건빵, 사탕 등 약간의 먹을 것과 지도 등이 준비품.
칠흑같은 어둠속에서의 반딧불과 반가운 만남, 땀방울을 식혀주는 솔바람, 발아래 부딪치는 돌멩이 울림, 잔잔한 나뭇잎 스치는 소리, 조금씩 가빠지는 숨소리. 그리고 산정상에서 바라보는 선명한 별들의 무리 무리들.
힘들게 오른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도심의 야경은 또한 황홀한 감동에 빠지게 한다. 보름달까지 뜨면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
날이 더우면 야간산행에 나선다는 대구산악연맹 최희곤(55)사무국장은 "발길이 적은 밤산행은 호젓하게 자연을 즐기는 더 없이 좋은 기회"라며 "게다가 대구를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삶을 돌아보노라면 더위따위는 온데간데 없다"고 말했다.
대구 앞산 경우 도심에서 가까운데다 능선이 높지않고 도심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고산골에서 산성산~고산골이나 용두골(3시간)로 내려오는 코스, 고산골~산성산~청룡산~수박골~보훈병원(5시간)으로 오르내리거나 큰골~앞산정상~산성산~고산골코스(3시간)등 다양한 길이 있다.
고산골 코스에는 3, 4군데의 쉼터와 두군데의 약수터(오르는 코스와 내려오는 코스 각1곳)도 나타난다. 약수터에는 역기와 같은 간단한 체력단련 기구도 있다. 요즘 같으면 우거진 밤나무숲의 꽃향기와 오롯한 등산길을 뒤덮으며 늘어선 잣나무의 은은한 냄새도 느낄 수 있다.
고산골 야간등산길에서 만난 이용일(40·대구 중구 달성동)씨는 "뒤집어 생각해낸 밤산행에서 얻는 즐거움과 낭만은 색다른 경험과 맛을 준다"며 야간산행을 예찬했다.
이름난 산이 아니더라도 동네 인근 야산에 부부끼리, 가족끼리, 또는 이웃사촌끼리 나서는 것도 즐거운 야간나들이다.
〈鄭仁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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