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틀째 북방한계선(NLL) 침범행위를 중단하고 새로운 도발징후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서해상 긴장상태는 막바지 단계로 진입,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지난 7일 꽃게잡이 어선보호를 목적으로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이래 양측 해군 함정간 대치상태는 교전으로 비화되는 등 한때 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으나 최근 이틀간 북한경비정의 영해침범이 중단되면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북한은 서해상 긴장 원인을 우리 해군에 떠넘기면서 보복조치로 16일 남측 인사의 평양방문을 한시적으로 중단시킨데 이어 대남비방 방송을 강화, 앞으로 무력도발 대신에 정치공세를 강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는 지난 15일 교전에서 함정 숫자의 우위에도 불구, 완패함에 따라 더이상 해상도발은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고 판단한데 따른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당시 어뢰정 3척과 경비정 4척을 동원, 우리해군의 초계정 1척과 고속정 4척을 상대로 선제공격을 하면서 교전을 벌였으나 해군 고속정이 경미한 피해를 본데 반해 북한 어뢰정 1척이 침몰하고 나머지 함정 6척이 손상을 입고 퇴각해 사실상 완패로 끝났다.
북한은 컴퓨터와 레이더로 목표물을 식별, 조준해 자동사격하는 해군함정의 위력앞에 극도로 위축돼 더이상 해상도발을 포기한 것이라는게 군당국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고급옷 로비의혹'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파문 등으로 분열된 우리의 국론이 교전이후 대북 강경대응쪽으로 모아진데다 주한미군의 전력이 전례없이 증강배치된 것도 사태를 진정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초 경비정의 북방한계선 침범이유로 내세웠던 꽃게잡이 어선 보호가 음력 그믐인 지난 13일을 고비로 설득력을 잃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한계선 침범행위는 주춤할 수 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주력 수출품의 하나인 서해상 꽃게는 5월과 6월이 연중 최대 성어기로 무월광인 그믐때 살이 가장 많이 찌고 이때를 고비로 꽃게잡이철은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더이상 어선보호 명분이 없게된다는 것.
경비정의 잇따른 서해상 침범을 통해 국제적 관심을 유도, 유엔사령부가 지난 53년 선포한 한계선을 무력화시키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고 판단한 것도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그동안 국제법상 영해는 12해리라는 논리를 내세워 우리함정이 북측 영해를 침범했다는 억지논리를 펴온 점에 비춰 일부 외신이 연평도 인근 해역을 '분쟁수역(disputed waters)', '분쟁이 일고 있는 해상경계(disputed sea border)' 등으로 표현한 것을 두고 소기의 목적을 거둔 것으로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는 것.더욱이 북한은 더이상 사태를 악화시킬 경우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식량지원과 금강산 관광 등의 경제적 실리를 잃는 것은 물론이고 코소보와 같은 군사제재를 당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은 당분간 무력공격을 자제하는 대신에 유엔사-북한군간 장성급회담이나 대남방송, 남북 차관급회담 등을 통해 우리측이 자신들의 영해를 침범했다는 적반하장식의 선전전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북한의 대남확성기방송은 지난 11일 7회에서 12일 18회, 13일 22회, 14일 23일, 15일 33회 등으로 "남조선의 서해 영해침범으로 긴장이 고조됐다"는 내용으로 비방,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특히 김정일국방위원장은 최근 인민무력성에 '농촌 김매기 지원' 총동원령을 내린데 이어 장자강 발전소나 협동농장 등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나 당장은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군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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