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림받은 이웃 버려둘 수야…"

"죽어가는 가족도 내팽개치는 세상이나 이웃마저 못본척 할 수는 없었습니다"한국신장본부 대구본부장인 김응철(43·대구 한빛교회 목사)씨. 그는 돌보기 어려운데다 비싼 치료비용을 대기 힘들다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의 '수호천사'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방 7개짜리 단층 한옥집. 김씨는 지난해 5월 이집을 2천만원에 전세내 '희망의 집'을 열고 오갈데없는 신부전증 환자 7명을 데려왔다. 20대 중반 청년부터 70대 할머니까지. 모두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했지만 김씨는 이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김씨는 지난 96년 사랑의 장기기증운동에 참여했다가 치료비는 물론 의지할 곳조차 없어 어려움을 겪는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이들을 돌보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신장본부는 지난 85년 경기도 부평에서 시작, 현재 광주와 대구에 지역본부가 있다. 만선 신부전증환자는 대구지역에만 1천여명이 넘고 치료비가 없어 죽어가는 환자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신부전증 환자들은 전국적으로 6만여명. 김씨는 당시 만성신부전증 환자 상당수가 혈액투석 비용만 월 50만∼60만원인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가족들로부터 버림받고 있다는 현실을 접하고 마음 아파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을 찾아왔던 20대 초반의 여성을 잊을 수가 없다. 그녀는 신부전증을 앓아 부모에게 버림 받았다며 '희망의 집'에 들어오길 원했지만 방이 없어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돌려보냈던 것.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던 김목사는 그로부터 한달 뒤 그녀가 죽었다는 얘길 전해듣고 자신이 죽였는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괴로워했다. 사죄하는 의미에서 찾아갔던 그녀의 방엔 말라빠진 빵만 뒹굴고 있었다. 소변을 거르지 못하니 수분이 없는 빵만 먹었던 것이다.

본부장이란 직함을 갖고 있지만 3년여동안 사실상 홀로 봉사를 해온 김목사. 희망의 집 식구들외에도 30여명의 신부전증 환자에게 김목사는 무료치료 혜택을 주고 있다.

"버림받은 환자들이 길거리에서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가족이 못하면 이웃들이라도 그들을 도와야 합니다" 희망의 집 연락처 (053)745-0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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