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는 예술이 없다". 원시성을 이유로 예술이라는 이름을 거부당했던 검은 대륙. 오랫동안 인종·문화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서구인들의 눈에는 아프리카는 유럽의 식민지였다. 하지만 20세기후반으로 들면서 서구인들 사이에 유럽은 아프리카의 문화식민지라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피카소와 모딜리아니 등 서구 아방가르드에 영향을 끼친 아프리카의 예술은 20세기 문화의 한 축을 이룬 큰 흐름이었다.
많은 서구인들은 이제 '네그리튜드'(Negritude)를 주목한다. 흑인민족주의를 지칭하는 이 용어는 '검은 것이 아름답다'는 뜻으로 대변된다. 70년대 들어 점차 확산되기 시작한 흑인민족주의는 아프리카 문학의 기본줄기를 이루며 그들의 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나이지리아의 시인 월레 소잉카와 남아공 백인 여성작가 나딘 고디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국제적으로 아프리카 문학의 평가를 새롭게한 전기가 됐다.
검은 대륙에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월레 소잉카(1934~).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그는 나이지리아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다 투옥되기도 했던 행동가다. 그의 문학세계는 아프리카의 전통적 신화와 전설, 민간신앙 등을 현대 세계와 문학적 공간에 되살려내거나 신생국 나이지리아의 정치, 사회, 문화적 격동속에서 민중들이 겪는 시련과 권력층·지식인의 타락을 예리하게 해부해 낸다. 아프리카 대륙의 자유를 호소하는 절박한 목소리와 그들의 투쟁, 고통과 희생속에서 궁극적인 승리를 얻어내는 인간의 운명을 그린 장시 '오군아비비난'과 정치 타락상을 풍자한 소설 '해설자들'이 그의 대표작.
나이지리아 서부 아베오쿠타에서 요루바족으로 태어난 그는 영국유학후 59년 귀국, 대학강의와 적극적인 극단 활동을 시작한다. 65년 세네갈에서 개최된 흑인예술제에서 '길'을 출품, 최우수 희곡상을 수상한 그는 67년 시민전쟁이 일어나자 정부전복 및 간첩행위 등으로 투옥돼 69년 국제사면위와 각국 문인들의 석방운동으로 2년여만에 풀려난다. 이후 73년 투옥생활을 토대로한 소설 '죽은 사람'과 '퇴폐의 계절'을 잇따라 발표해 명성을 얻게 된다. 특히 나이지리아 시민전쟁 이후 새로 등장한 군부정권과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 저질러진 부패상을 고발한 소설 '퇴폐의 계절'과 부패와 폭정을 그린 옥중소설 '광인과 전문의'는 구미(歐美)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86년 스웨덴 한림원은 검은 대륙의 행동하는 문학인에게 노벨문학상의 월계관을 씌워주었다. 아프리카 문학인으로서 소잉카가 최초로 이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수상 소감에서 소잉카는 '아프리카 문학은 항상 활기차고 매우 다양하다'며 원시적 생명력이 넘치는 아프리카문학의 미덕을 강조했다.
나딘 고디머(1923~)의 문학도 바로 아프리카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망명과 고독,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 등 그의 소설에 흐르는 주제는 아프리카라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디머는 1923년 유태계 라트비아 보석상인 아버지와 유태계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교외 광산지역에서 태어났다. 10대시절 미국 빈민문제를 파헤친 싱클레어의 장편 '정글'을 읽고 남아공 사회문제에 눈뜨기 시작한 그는 49년 첫 단편소설집을 발표해 작가로 입문한다. 53년 광산촌을 배경으로한 첫 소설 '더 라잉 데이즈'를 발표한후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남아공의 대표적인 작가로 부상한다. 고디머가 국제적으로 명성이 알려진 것은 70년대. 72년 '명예로운 손님'으로 제임스 테이트 흑인기념상을 수상한데 이어 74년 발표한 장편 '보호주의자'로 화제를 모았다. 남아공의 부유한 백인사회와 주술적인 줄루부족의 세계를 병치시킨 이 작품은 백인 주인공의 삶을 통해 한 개인의 선량한 의지가 어떻게 인종차별정책이라는 사회적 폭력에 의해 훼손되는가를 그리고 있다. 이어 79년 발표한 '버거의 딸'은 그가 세계적인 작가로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한 작품이다.
작가로서의 명성에 비례해 그에 대한 남아공 백인정부로부터의 탄압은 더욱 거세졌다. 장편 '이방인들의 세계' '가버린 부르주아의 세계' '버거의 딸'은 남아공에서 판금됐다. 문학과 행동으로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에 강력하게 반대해온 그는 당국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흑인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등 '남아공 백인의 양심'으로 불렸다. 그의 문학적 성과는 그를 91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영예로운 반열에 올려 놓았다.
검은 대륙의 문학. 그것은 인간의 고통과 투쟁에서 꽃피운 영원한 자유의 이름이자 새로 태어남이라는 감동깊은 이야기다. 그래서 20세기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 모두의 출발은 아프리카"라고.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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