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이징 남북 차관급 회담

이번에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되려나.남북한은 21일부터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작년 4월 비료회담 결렬 이후 14개월만에 다시 차관급회담을 열고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상호관심사로 되는 당면문제'를 협의한다.

이번 남북 차관급회담에 앞서 남북한은 지난 3일 베이징에서 비공개접촉으로 이산가족 문제를 먼저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남한은 인도주의와 동포애적 차원에서 20일까지 비료 10만t을 북한에 지원키로한 약속을 지켰고, 오는 7월까지 비료 10만t을 더 보낼 예정이다.

남한이 비료를 먼저 지원해 분위기를 조성한 만큼 이번에는 남북한이 이산가족문제의 고리를 푸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일부터 시작된 북한의 북방한계선(NLL) 월선 행위가 15일 드디어 북한의 선제사격에 의한 남북간 교전사태로 번져 나간 것이 걸림돌로 우려된다.

서해안 교전 이후 북한이 더 이상 확전을 바라지 않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일단 우려된다.

이산가족 문제를 먼저 협의한다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상호관심사로 되는 당면문제'로 북한이 NLL 문제를 들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또 23일 베이징에서 열릴 북-미 고위급회담도 변수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미고위급회담 개최가 남북 차관급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NLL 문제를 끄집어 낼 것이 확실시되는 북한의 입장이 남북 차관급회담에 좋은 쪽으로만 작용할 것으로 낙관할 수만은 없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양영식(梁榮植) 통일부 차관이 이끄는 남한 대표단은 이번 차관급회담을 가급적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 대좌로 이끌어 갈 것으로보인다.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 재결합 등 이산가족 문제의 본격적 해결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협의하면서 생사확인 대상자 명단 교환,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이산가족 편의소 설치, 개별 상봉 등 시범사업을 병행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간다는 것이 남측 입장이다.

북한이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일 경우 이번 베이징 남북 차관급 회담은 이산가족문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사확인이나 이산가족 편의소 설치, 이산가족 평양 방문 등 북한으로서도 받아들이기가 비교적 수월한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 어려운 경제 사정에도 불구하고 남한이 비료 20만t을 먼저 지원하는 것이 북한으로선 부담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이번에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나름대로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남한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은 비판 여론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추가적인 대북지원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북한도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결국은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7월까지 비료 20만t 지원을 남한으로부터 확약받은 것처럼 북한은 내심으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단계마다 보상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북한이 NLL 문제를 '상호관심사로 되는 당면문제'로 제기해 선전 공세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해상경계선 문제에 대한 정부의 기본 자세는 장기적으로 남북기본합의서의 틀 안에서 협의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NLL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사실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에는 격이 맞지 않는다.

물론 이번 남북 차관급회담의 공식적인 성격을 가급적 희석시키려는 북한의 의도에 비추어 북한의 NLL 문제 제기가 기록용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만약 북한의 NLL 문제 제기를 연결고리로 북한을 남북 고위급회담으로 이끌어낸다면 이번 차관급회담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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