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전망 어두운 북경회담

베이징(北京)에서 오늘 남북차관급회담이 열리고 이틀뒤인 23일에는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달아 열린다. 정부는 이번 베이징 회담을 앞두고 지난 3일 북한과 가진 비공개접촉에서 남북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상당한 수준의 이면합의를 해놓았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는듯 하다. 그러나 94년 남북회담에서 「서울 불바다」론을 떠들어 회담을 결렬시킨 장본인인 조국평화통일위 서기국부국장 박영수(朴英洙)같은 강성(强性)인물을 대표단장으로 내세운 북한측 태도로 미루어볼때 이번 회담에서 우리 의도대로 이산가족 상봉이란 목표를 순조롭게 달성하게 될는지 의문스럽다.

우리측은 이번 회담의 초점을 남북이산가족의 생사확인을 위한 서신교환, 면회소 설치, 상봉자 숫자와 절차를 중점적으로 거론, 추석 전후해서 판문점을 통해 마무리 짓는것에 두고 있는데 비해 북한측은 이산가족 문제는 뒤로 미루고 서해교전 사태를 긴급 의제로 들고나와서 회담 자체를 교착상태에 빠뜨릴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북한측이 23일로 예정된 북·미 고위급회담 장소를 굳이 남북차관급 회담이 열리고 있는 베이징으로 선택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란 생각도 든다. 북한측의 이러한 의도에는 자기네들과의 대화의 핵심 파트너는 식량 60만t과 중유 및 경수로 공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이지 남한은 아니라는 계산을 밑바닥에 깔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측이 남북화해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양보를 거듭하고 있는 동안 북한은 이처럼 복잡한 계산을 하면서 남북 문제를 이용, 당근을 얻으려는 책략만을 계속하고 있는 듯한 조짐이 계속 보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지난 1년여동안 우리 정부는 어려운 국내 사정에도 불구, 대북 포용정책을 앞세워 북한 돕기에 나섰고 그 결과가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 남북이산가족 상봉의 성사여부로 나타나게 됐다.

그런만큼 만약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서해교전사태를 앞세워 판을 깨려 든다면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어리석은 짓이 되고 말 것임을 지적코자 한다.

북한이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을 깨뜨리려는 의도에서 판을 깬다면 그 자체는 성공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궁극적으로 현 정권의 햇볕정책을 궁지에 내몰게 되고 한반도에서 평화정착의 길은 멀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베이징회담이 순조롭게 진행, 남북이산가족 찾기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남한의 입장에서 보면 햇볕정책을 계속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며, 북한측으로서는 경제건설의 계기가 될뿐더러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호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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