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사이버 망명

PC통신과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또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국제간의 상거래를 자유롭게 하는 사이버 시장으로부터 사이버학교, 사이버 가수, 사이버 신문 등 인간이 실제현실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 사이버 세계에서도 실현할 수 있도록 그 공간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 세계의 도래는 인간에게 공간의 자유 뿐아니라 정신적 자유도 획기적으로 신장시켜주는 추세다. 특히 홈페이지의 자유로운 개설은 언론의 자유를 어떤 정치권력도 막을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들게 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최근 행정자치부 등 정부 각부처의 공무원 네티즌들이 미국의 무료 서버를 통해 '정부미를 먹고사는 촌놈들의 좋은 세상만들기'란 제목의 홈페이지를 개설, 공무원들의 윗사람 눈치보기 없는 언로를 열게된 것은 이를 실감케한다. 당초 국내 서버회사를 통해 이같은 사이트가 개설됐다가 '정부압력'(공무원 네티즌 주장)으로 폐쇄되자 외국 서버를 통해 다시 홈페이지를 제작해 "언로의 자유를 찾아 사이버망명을 떠납시다"는 표현이 나왔을 지경. 이렇게 되면 철저한 상명하복을 지킬 수 밖에 없는 공무원들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자유로운 비판을 할 수 있어 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의료보험 완전통합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면직된 김종대 보건복지부 기획실장의 경우도 이같은 사이버 언론망명이라도 했다면 문제가 없었을지 모른다. 사실 김실장의 의보반대의견 건의문 배포가 면직사유가 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권력의 눈치를 보아야하는 공직자들의 반대의견을 막을 수 없는 시대가 온 것 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의견이 다른 공직자를 처벌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조치로 비칠 수 있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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