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영남기행 (24)대구의 돌파구-달성군

달성에 들어서면 역동성을 느낀다. 거친 호흡을 토해내는 근육질의 선 머슴아를 맞닥뜨린 듯. 무한한 가능성과 성장 잠재력, 그리고 성숙 전단계의 설렘이 함께 하는 곳. 그래서 달성은 대구의 돌파구다. "달성군의 대구 편입은 사실상 대구를 팔공산 시대에서 비슬산 시대로, 또 금호강 시대에서 낙동강 시대로 바꿔 대구가 명실상부 영남의 중심이 되도록 만들었어요"

달성문화원장 채수목(68)씨는 지난 95년 3월 달성이 대구시로 들어온 데 따른 의미를 이렇게 부여하고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대구는 자기 덩치(45만5천㎢)만한 달성(42만7천㎢)을 얻어 시역을 일약 두배로 확장했다.

이에 따라 동편으론 앞산이라 불리는 대덕산의 주산(主山)인 비슬산(1천84m)을 보탰고 서편은 북쪽서 내려오는 낙동강이 하빈면 묘리를 거쳐, 강정에서 금호강과의 대만남을 이룬다. '대구의 젖줄' 신천(新川)도 기실 비슬산 계곡에서 흘러나온 일곱천중 하나이지 않던가. 원래 달성은 선사시대부터 대구의 뿌리였었다.

채씨는 "1914년 조선총독부령에 의해 대구 중심부인 동산면과 서산면이 폐합돼 대구부가 되고 나머지 외곽지와 현풍군이 통합, 달성군이 돼 갈라진지 81년 1개월만의 상봉"이라고도 했다.

대구는 달성으로써 마침내 한계에 다달은 자신의 미래를 개척할 공간을 찾은 것이다. 이 때문에 달성은 변화를 향한 숨결들로 가빠지고 있었다.

5호선 국도를 따라 화원읍으로 들어서자 왼쪽 달성중학교 뒤편 명곡리에는 4천가구가 입주할 대규모 아파트 건설 작업이 한창이었다. 명곡을 포함해 옥포, 다사 등 달성군 여기저기에서 모두 6천300여 가구의 아파트 신축작업이 진행중이란 설명이었다.

조금 더 아래쪽으로 가 오른쪽에 위치한 화원읍 설화리 구 유신섬유 부지 1만2천여평에 연내 시공 예정인 농산물 물류센터는 88.구마고속도로 등 대구 남서부 관문지역으로서의 입지를 살려 완공과 동시에 도농복합지역 달성의 또다른 면모를 과시할 터다.

역동성은 길을 재촉해 내려 간 논공 달성공단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관리공단측 이진목(37)씨는 "IMF로 타격을 입었지만 투자 심리가 회복되면서 올 4월 기준으로 총266개 업체 1만3천여 종업원들이 근무, 77%의 공장가동률을 보이고 있어 거의 종전수준으로 복구됐다"고 전한다. 달성공단은 달성군 수입의 10 ~20%를 메워줄 정도.

이에 따라 매년 평균 1%씩 꾸준히 인구수가 불어 온 달성은 올 연말이면 상주인구 14만명에서 15만명 시대로 진입할 전망.

군청 직원들은 "이렇게 되면 공무원 구조조정에 따라 국.과 축소작업이 진행중인 다른 지역과 달리 우리 군청은 오히려 2개 과를 더 늘릴수 있는 덤도 받게 된다"며 또 다른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이같은 흥성거림도 위천에 이르면 일거에 허물어 진다. 대구가 지역 경제 회생의 핵으로 꼽으며 조성하려던 위천 국가산업단지. 그러나 부산.경남지역과의 수질문제로 수년째 허허롭게 남아있는 위천 200여만평이 막아서고 있는 까닭이다. "대통령이 약속한대로라면 이달 말까지는 국가공단 지정이 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또 공수표가 되는 것 같아요"

위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주민 이금형(55)씨는 아예 기대를 접어두고 있었다.위천단지 조성 차질은 위천과 올 하반기 공사가 재개될 예정인 구지면 대우자동차 공단 조성 등을 전제로 현풍 중심의 30만 대구 부도심권 신도시를 건설하려던 계획까지 연쇄적으로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달성군 내부 문제도 적지 않다. 자기 관내밖인 남구 대명동에 위치한 달성 군청 이전 문제는 십여년째 풀리지 않는 숙제중 하나. 최근 박경호 달성군수가 이를 재차 추진, 군청이전을 위한 학술용역비를 계상해 군의회 승인을 받으려 했으나 '소지역주의가 강한 이 곳에서 성급하게 군청 이전을 추진해서는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등 잘못될 수 있다'는 반대에 부딪혀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채 무산됐다.

한 화원출신 군청 직원은 "하루 생활중 상당 시간을 군청이나 그 주위에서 지내다보니 달성군청 녹을 먹으면서도 정작 돈은 남구에서 쓰는 경우가 많다"고 혀를 찼다.

달성 교육청.농협.임협.축협 등'달성'이란 이름을 달고서도 버젓이 남구나 달서구 등에 위치한 주요 기관이 적지 않은 실정이었다. 이 모두가 달성에서 남.달서 등이 떨어져 나간 역사성 탓이기도 하다.

개발 욕구가 강한 만큼 환경보존이란 반작용과의 마찰도 여러모로 불거지고 있었다. 맑고 푸른 도시 조성을 위한 녹지공간 확대지정과 새로 편입된 달성군 지역의 개발방향제시 등을 골자로 최근 대구시가 수립한 제 7차 도시계획은 최종 발표까지 달성군민들의 이의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전체면적의 45%, 대구 그린벨트 총면적의 36.3%라는 광범위한 녹지보존지역을 갖고 있는 달성이'대구의 허파'격이란 점을 감안, 도시계획에서 소공원 지역 고시를 많이 한 때문. 자연 재산권 행사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뒤따랐다.

군립공원인 비슬산의 국립공원 지정 추진은 주민 반대로 사실상 무산된 상태지만 달성군이 추진중인 유가면 양리 유가사 부근에서 옥포면 김흥리를 연결하는 5㎞의 임도 개설과 가창면 상원리에서 병풍.동학산을 가로질러 경산 남천면을 잇는 총 8.5㎞의 차량 통행이 가능한 임도개설 계획 등도 환경단체와의 갈등을 빚고 있었다.

왕성한 개발 욕구와 대구의 쾌적한 휴식공간이라는 서로 모순되는 기대를 한데 걸머쥔 달성. 선 머슴아, 달성 다듬기에는 끝없는 고민이 모아져야 할 듯 싶었다. 글:裵洪珞기자, 사진:鄭又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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