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분하다. 잔뜩 쌓인 재털이, 넘치는 쓰레기통, 어지럽게 널린 소품들. 어느것 하나 정돈된 것이 없다.
극단 H·M·C·(대표 박현순)의 사무실. 오후 1시가 되자 하나 둘 몰려온다. 연극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의 연기자들. 홍문종 이동학 최주환 손현주 박상희 백은숙…. 뾰로통한 얼굴, 심드렁한 얼굴, 밝은 얼굴. 표정도 제각각이다.
1시가 넘자 연출자 박현순씨가 나타난다. 며칠간 수염을 깎지 못해 흡사 '양아치'같은 모습. "자, 이제 시작합시다" 그의 큐사인이 떨어지자 '돌연' 모든 것이 바뀐다. 어지럽기만 하던 사무실이 연극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의 무대로 변하는 순간이다.
이동학은 천하대장군, 손현주는 지하여장군, 최주환과 백은숙은 각각 극중의 정재민과 지영인으로 변신한다.
제17회 전국연극제 대구 대표작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의 연습현장. 공연(23일)이 며칠 남지 않아 맹연습에 돌입했다. 지난 6월 3일 이후 보름 넘게 강행군해 왔다.
'천하대장군…'은 지난 3월 대구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청주에서 열리는 전국연극제 출품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당시 "연출력이 돋보이고, 작품구조도 탄탄하며, 무대도 간결하게 잘 활용했다"는 평을 받았다.
전국연극제에 출품하기 위해 이번엔 다소 '손을 봤다'. 인물성격이 약하다는 평을 받은 몇몇 캐릭터에 '힘'을 주었고, 몹신(군중신)도 디테일하게 구성했다. 박현순씨는 "예선때의 지적이 많이 반영됐다"며 "수상 가능성도 높다"며 자신에 차 있었다.
'천하대장군…'은 한국의 대표적 극작가 윤대성씨의 묻혀 있던 작품이란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 작품을 찾아낸 것 만으로도 연출자의 혜안이 돋보인다"는 '찬사'(?)를 받은 터. 23일 청주공연에는 자신의 초연작품을 보기 위해 윤대성씨를 비롯 10여명의 원로연극인들이 서울에서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박씨는 아직 마뜩찮은 표정. 보완해야 할 몇가지 문제가 있는 듯 꼼꼼히 연습 현장을 지켜 본다.
그러나 성실한 연기, 깔끔한 무대 거기에 감각적인 연출까지 보태진 '천하대장군…'은 그 자체에서 대구 연극의 희망을 엿보게 한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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