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에콜로지'. 지난 70년대부터 서구 지성들사이에서 생태(에콜로지)는 하나의 화두였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통사상과 에콜로지는 어떤 상관관계일까.
서울대 박희병교수(국문학)의 '한국의 생태사상'(돌베개 펴냄)은 한국의 전통사상에 내장되어 있는 생태주의적 사유를 탐색한 책이다. 저자는 "우리의 자연관은 인간과 물(物·자연)의 조화와 공생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한다. 물의 관점에서 인간을 봄으로써 인간의 본성과 생태, 그리고 인간이 이룩한 문명에 대해 반성적으로 인식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구체적으로 이규보 서경덕 신흠 홍대용 박지원 등 깊고 풍부한 생태적 사유를 보여준 다섯 인물의 사상을 탐구하고 있다. 이규보는 만물이 근원적으로 하나라는 만물일류(萬物一類)를 가르쳤고, 서경덕은 삶과 죽음에 대한 자연철학적 성찰을 보여주었다. 또 신흠은 학문이 단순한 지식 추구가 되어서는 안되며 생과 세계에 대한 정신적 깨달음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홍대용은 인간과 물이 대등하다는 '인물균'(人物均)의 사상을 제기했고, 박지원은 도를 깨달은 마음인 명심(冥心)에 대해 강조하고 글쓰기에 대한 혁신을 통해 인간·사회·자연을 통합하려 했다고 강조한다.
박교수는 한국의 전통사상이 보여주는 아름답고도 심원한 생태적 지혜는 시적이자 미학적이라고 말한다. 협소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인간과 자연, 인간과 만물이 근원적으로 동일한 존재로서 이른바 생생지리(生生之理·하늘이 인과 물을 끊임없이 낳는 이치)에 따라 생명의 율동을 구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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