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부쩍 늘어난 북한의 생트집을 보면서 50년전 "38선을 베고 눕는 한이 있더라도 민족분단은 안된다"고 절규하던 백범(白凡) 김구선생의 혜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하고 많은 지도자중에 날이 갈수록 유독 백범만이 겨레의 가슴에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물론 그의 비할바 없는 애국심 때문이겠지만 그보다는 백성에게 믿음을 주는 지도자였기 때문이란 생각도 든다.
선생은 평생동안 여러차례 옥고를 치르며 혹독한 고문을 겪었지만 끝내 지조를 지켰고 적을 증오하기보다 오히려 이해하는 도량을 지녔다.
또 대의(大義)와 신의를 존중하는 인격자였기에 우리는 그를 오래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白凡의 혜안
선생의 50주기(周忌)인 26일을 앞두고 새삼 여기서 백범의 유덕을 기리는 것은 믿음이 없고 불신만이 팽배한 우리 풍토에 절망한 나머지 백범의 그 큰 그릇이 그리워 해보는 소리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에겐 무엇보다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힘이 있어야함을 백범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기도 한 것이다.
우리는 검찰이 직속 상사의 부인을 조사하는 진경을 목도하고 돌아서기 무섭게 환경부장관이란 요직에 앉은 사람이 취임후 며칠되지도 않아 굳이 해외 공연을 고집한 끝에 격려금 파동을 일으키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얼마전에는 옷로비 사건에 대한 시민 여론을 보도한 신문을 두고 마녀 사냥식 여론몰이라는 대통령의 지적이 나왔지만 측근인사들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실상을 전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정치와 행정은 경직되고 언로는 막힌듯이 보이는게 요즘 나라 형편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개혁정치를 내세우는 집권층이 개혁은커녕 되레 금품에 얽힌 스캔들이나 터뜨리는 요즘의 풍조는 IMF시대를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겐 정말 혐오스럽기만 하다.
현 정권의 개혁의지는 지난번 장관 부인 등이 벌인 옷로비 사건 한가지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해도 할 말이 없을 듯 하다.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검찰이 나서서 "밍크코트를 팔에 걸쳤을 뿐…"이라 변명하는 초라한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차라리 정부를 경멸했던 것이다.
나는 경제회생도 좋지만 지금 현 정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도덕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한다.
물론 정부.여당으로서야 할 말이 많겠지만 집권 1년도 채안돼 벌어지기 시작한 갖가지 스캔들-병무비리, 유종근지사 외화 은닉, 그림로비, 환경부장관 격려금 등 잇따르는 사건들을 지켜보며 냉소하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지 않고서는 진정한 국민의 정부가 될 수 없음을 지적한다.
과거에도 권력형 스캔들은 있었다. 그러나 집권 1년만에 이처럼 연달아 스캔들이 잇따른 적은 없었고 보면 지금의 집권세력은 상당수가 과거보다 더 부패했거나 아니면 스캔들을 무마할(?)능력조차 없는 아마추어라는 얘기밖에 안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대통령의 용인(用人)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도 되지 않을는지.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운영 방식은 더욱 문제를 꼬이게 하는 것 같다.
◈대통령의 용인술
옷로비 사건때 여당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DJ가 혼자서 70분동안 얘기하는 통에 아무도 한마디 직언도 못했다는 사실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는 대목인 것이다.
어려울때일수록 국민과 지도계층간에 언로(言路)가 열려야 힘이 생긴다.
또 지도자는 항상 여론의 흐름에 귀를 기울이며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줄 알아야 백성들이 지도자를 믿고 따른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귀를 막고 모든 국정의 대소사를 청와대가 독단으로 전단하는 체제가 계속된다면 민심은 이반되고 말것이 분명하다.
그런 만큼 지금은 지역을 떠나고 정파(政派)를 떠나 개인이익이나 챙기는 무리를 멀리하고 유능한 인재를 발탁함으로써 지도계층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것부터 서두를 때다.
그렇게해서 백성에게 믿음을 주는 정부, 신뢰받는 지도자로 거듭 태어나야 할 것이다.
DJ도 백범처럼 대의의 정치를 함으로써 겨레의 가슴에 영원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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