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검찰 소극수사, 의혹만 불러

검찰의 그림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수사결과 내용은 한마디로 '로비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절차에 불과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우선 이번 검찰수사는 사건의 진원지인 최순영.이형자씨 부부를 대상으로 '그림로비가 있었느냐'고 묻고 '없다'고 하자 '사실무근이요'라고 발표하는 주마간산(走馬看山)식의 수사였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예컨대 그림수사확인을 위해 63빌딩 지하창고, 횃불선교회 등에 가서 그림숫자를 헤아리고 장부와의 대조조사를 하고서 유출흔적없이 전량 그대로 보관되고 있었다고 했는데 유출흔적이 없었다는 걸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 어떤 사실을 토대로 그걸 입증했는지도 명쾌성이 부족하다.

또 부도설로 코너에 몰린 시점에서 60억원어치의 그림을 산 대목도 회사형편이 괜찮았다는 식으로 설명한 것도 명쾌한 의혹해소엔 미흡했다. 재정형편이 괜찮은 회사가 왜 부도설이 나도느냐는 의문을 다시 제기할 수 있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61점의 그림을 따로 차명으로 산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그 계약서는 왜 없는지, 화랑가의 관행인 계약서외의 이면거래의 유무 등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에 문제된 그림외의 400여점은 장부상으로만 확인했다는 것도 극히 소극적이고 무성의한 수사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이런 여러가지 의문을 남긴 이번 수사를 국민들이 납득할리 없고 또한번 검찰은 돌이킬 수 없는 불신을 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사실무근의 유언비어라고 단정, 악성 유언비어에 대한 수사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앞서 왜 이같은 리스트나 의혹이 나도는지에 대한 근본원인부터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또 정부가 각종 의혹이나 리스트가 없다고 해도 심지어 목포의 재야단체들까지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정도로 믿지 못하느냐에 근본문제가 있다. 옷로비 의혹에 이어 나온 그림로비의혹의 진원지는 바로 최순영 신동아그룹회장이다. 최회장은 공금 횡령사건 공판과정에서 그가 조성한 비자금 1천800억원중 일부는 밝히기 어려운 곳에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이건 최회장이 회사업무관련 여러곳에 로비자금을 뿌렸다는 범죄사실을 자백한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검찰은 그 부분 수사를 해 그것을 밝혀내는게 책무이다. 그런데 검찰은 더이상 입을 열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를 않고 덮어버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범죄를 덮어놓은 장본인과 연관된 리스트나 의혹을 국민들이 믿지않을 도리가 있을까를 검찰은 심각하게 분석해봐야 한다. 결국 이번 그림로비의혹도 특검제용으로 검찰은 떠넘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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