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늘어만 가는 미군범죄 속만 태우는 한국경찰

최근 대구지역에서 미군 및 미군가족들의 폭행, 강도 등의 범죄가 잇따르고 있으나 국내 주둔 미군들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는 한미행정협정(SOFA)에 묶여 경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행 한미행정협정 규정에는 미군 및 미군 가족들이 범죄를 저질렀다가 붙잡혀도 미군시설에 구금토록 돼있어 구속수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경찰조사도 미군 관계자들이 참여해야 증거로 인정되는 등 국내 경찰의 수사권이 제한돼 피해자들의 불만이 높다.

지난 16일 오후 9시30분쯤 대구시 남구 봉덕동 박모(60)씨가 운영하는 소매점에 미군 자녀로 보이는 백인 1명과 흑인 2명이 들어와 박씨와 부인 최모(54)씨를 폭행하고 현금 20만원과 미화 40달러를 빼앗아 달아났다.

박씨가 피해 사실을 대구 남부경찰서에 신고하자 경찰은 이를 미군범죄수사대에 통보, 미군측 수사대가 박씨를 불러 용의자 3명 중 2명의 신원까지 확인했으나 사건발생 7일이 지난 23일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박씨는 "가끔 물건을 사러와 얼굴이 익은 미국인 소년들이 복면도 않은채 불쑥 들어와 강도짓을 했으며 신고 뒤에도 가게 부근을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며 "피해자가 배상도 받지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는데 경찰이 손을 놓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도상해 사건은 내국인이 용의자일 경우 경찰이 신고받자마자 곧바로 입건, 수사에 돌입하게 되나 이 사건과 관련, 남부서는 지금까지 미군측에 수사협조 의뢰서만 발송해 놓고 용의자들을 소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일에도 경북 왜관 캠프캐롤 소속 미군 병사 2명이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ㅂ막창에 들어가 5만원 상당의 술과 안주를 먹은 뒤 술값을 요구하는 가게 주인 박모(38)씨를 주먹과 발로 폭행했으나 불구속 입건으로 마무리 됐다.

대구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미군 관련 사건은 구속수사가 어려운데다 절차를 밟아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많이 지난 뒤에야 수사를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며 "이 때문에 증거확보가 어려운 등 수사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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