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각종 기금 통·폐합 배경

정부가 기금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에 착수했다. 기금은 각 부처가 특정사업 재원의 안정적 확보와 탄력적인 자금집행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국회 승인과 심의를 받지 않고 대통령이나 주무부처 장관 승인만으로 편성이 가능해 기금이 처음 도입됐던 지난 61년 3개이던 것이 현재는 75개로 늘어났다. 운영규모는 지난 80년 4조2천억원에서 올해는 171조원으로 41배나 증가했다.

이같은 방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운영상 문제점이 갈수록 커져 기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으나 주무부처 반발로 무산됐다.

현행 기금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방만한 운영으로 적자가 확대되면서 정부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전체 기금의 적자 규모는 9조8천억원으로 GDP(24조5천억원)의 5%에 달하며 통합재정수지적자의 2.1%포인트가 기금적자에 기인하고 있다.

또 기금설치 목적과 다른 복리후생사업이나 전망이 불투명한 주변사업에 손을 대 기금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려왔다. 교통안전기금을 운영하고 있는 교통안전공단은 '리빙 케이블TV' 사업을 시작해 97년 현재 294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천안리조트는 830억원이 투자됐으나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일 사업에 예산과 기금을 중복지원하거나 기금끼리 중복지원하는 경우도 상당수. 기금운용에 대한 점검·평가체계가 미흡해 한번 설치하면 폐지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조성규모에 관계없이 부담금을 계속 징수, 국민에게 부담을 지워왔다.

정부는 그동안 기금관리기본법을 통해 기금신설을 억제해 왔으나 통제장치가 없어 기금은 계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문화관광부 등 4개 부처가 4개 기금의 신설을 추진해 문화산업진흥기금, 한강수계관리기금 등 2개 기금이 신설된데 이어 올해도 4개 기금이 신설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처는 △현재 75개 기금을 55개로 축소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10개 기타기금의 공공기금 전환 △행정부 자체의 기금 편성 및 운영에 대한 점검·평가체계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기금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향후 관련법 개정안의 국회심의 과정에서 각 부처의 치열한 로비와 최근 느슨해진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의지에 편승한 기금 관련 단체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예상돼 법제화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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