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문시장의 '대구 골프' 살리기

28일 오후 4시10분부터 1시간20여분동안 대구시청 10층 대회의실에서는 '다소 이상한 모임'이 문희갑 대구시장 주재로 열렸다. 이 모임에는 대구시 골프협회 후원회 발족을 위해 대구지역의 기업가와 골프애호가 등 4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 25일부터 시장의 연락을 받고 모인 것이다.

문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선 '3대도시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뒤떨어진 대구 골프의 현실'을 지적했다. 90년대들어 10위권을 밑돈 전국체전 성적까지 들먹였다. 이 과정서 문시장은 내분중인 대구축구협회를 자신이 맡을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성을 배경 삼아 골프협회도 정상화할 때까지 회장직을 맡을 뜻을 비쳤다.

참석자들도 이에 때 맞추어 박세리의 예를 들어가며 골프 선수 육성과 지원대책 등 그동안 골프협회가 안고 있었던 문제점들을 거론했다. 이어서 문시장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며 문시장의 골프협회장 취임에 대해 수긍하는 입장을 보였다. 문시장의 용단(?)에 찬사를 던지는 참석자도 있었다.

이같은 대구 골프 중흥을 위한 대구시체육회장(문시장)과 골프계 대표(이들을 대표라고 한다면)들간의 한목소리 접근에도 불구, 몇가지 걱정을 남겼다. 시장이 직접 나서서 문제의 체육경기 단체장마다 떠맡는 것만이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며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가하는 점이다.

문시장의 의욕과 공백에 빠진 골프협회 정상화를 위한 충정. 그리고, 6월까지 전국체전 출전 선수를 선발해야 하는 긴박감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대구시체육회 산하에는 축구와 골프를 포함해 모두 40여개의 경기단체가 있다. 아직 축구와 골프 외에도 단체장이 없는 곳이 몇군데 더 있다.

시체육회전체를 총괄 관장해야할 시장이 여기저기 산하 가맹단체장을 맡다보면 각 경기단체의 고유 역할과 활동을 저해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또 힘있는 시장이 회장인 경기단체와 그렇지 못한 단체간에 미묘한 분위기 조성과 그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해 보는 대목이다.

결국 이날 참석자들은 후원회 구성과는 상관없는 결론을 내리고 자리를 떠났다. 대구 골프 중흥을 위해 문시장이 골프협회장을 맡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을 뿐이다.

〈鄭仁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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