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영미씨 조사결과 발표 문제점

정부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신변안전보장책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씨 억류사건에 대한 29일의 정부합동조사반의 조사결과 발표 과정과 정부의 후속조치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날 조사결과 발표 직후 통일부대변인의 짤막한 논평을 통해 북측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북측이 의도적으로 몰고간 귀순공작'에 대한 강력한 항의나 사과요구 등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보다 단호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후속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민씨 사건 조사결과 발표에서부터 정부는 철저하게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우선 발표시점을 현대와 북측간의 베이징 접촉 이후로 잡은데다 발표창구도 실제 조사를 담당한 국가정보원이 아니라 통일부에 맡겼다. 물론 합동조사반에는 통일부 조사관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합동조사반의 주축은 국정원이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조사 관계자들은 또 민씨가 북측에 트집을 잡힐 만한 행동을 했다며 민씨에게도 일부 책임론을 돌려 북측을 두둔하고 나섰다. 즉 '이번 사건을 무심코 행한 발언을 문제삼아 의도적인 귀순공작으로 몰고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면서도 "민씨가 먼저 말을 걸었고 귀순한 사람들이 잘 살고 있다느니 하면서 북측 사람들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같은 해석은 민씨의 발언 가운데 '통일이 되면'이라는 전제를 무시한 북측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조사 관계자들은 그러나 민씨의 발언을 문제삼아 신속하게 민씨를 억류한 북측 환경감시원의 신분이라든가 북측의 의도 등에 대해서는 문제삼지도 않았고 오히려 북측이 조사과정에서 고문이나 강압적인 수단은 쓰지도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이같은 정부의 태도는 내달 1일의 베이징 2차 남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당당하지 못한 처신이라는 지적을 면키는 어렵게 됐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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