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선자치 1년-지방화시대 열었나

민선단체장에게는 관선 시절과는 다른 자질이 요구된다. 주민들의 뜻을 반영한 행정과 자치단체의 경영능력. 특히 경제가 어려운 시기엔 무엇보다 지역경제 활성화가 단체장들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세일즈맨 시장'을 자처한 문희갑 대구시장은 재임 후 지금까지 6조2천여억원을 지하철,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했으며 지역 상품의 수출기반 마련을 위해 해외시장개척단을 직접 인솔, 세일즈 시장군의 선두에 섰다. 삼성, 쌍용 등 지역연고 기업의 생산공장을 지역에 유치하는데 열성을 보였다. 대구를 세계적인 섬유.패션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지원을 이끌어내 올해부터 5년 동안 6천800억원을 투자하는 '밀라노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 이후 단체장들은 이처럼 해외시장개척, 해외자본 유치, 역외 기업유치 등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과거 관선때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시도이다. 이의근 경북도지사 역시 김관용 구미시장과 함께 정부지원을 얻어내 6천370억원이 투입되는 구미 제4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지난 5월 시작했다. 경주문화엑스포를 유치했으며 포항시 호미곶이 해맞이축전 행사장으로 선정되는데 노력, 지역 관광산업의 활성화에 한 몫을 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기술.정보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를 설립, 중소기업의 첨단산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임대윤 동구청장은 팔공산 온천지구 개발을 위해 재미교포를 대상으로 외자유치 사업을 추진중이며 기초자치단체장으론 처음으로 지난해 9월 한국까르푸(주)와 고용할당제휴협정을 맺어 400~500여명의 주민의 일자리를 마련했다.

김수남 예천군수는 연간 60억여원의 지방세수를 올릴 수 있는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자치단체마다 골프장, 온천개발 등 대규모 사업에서 쓰레기봉투와 반회보에 광고유치, 해수욕장 직영 등 작은 사업에 이르기까지 수익사업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민선 출범 당시부터 지금까지 지방재정은 악화일로 상태였고 단체장들이 임기내 공약사업이나 대형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 것이다.

'빚을 내서라도 사업을 하느냐, 포기해야 되나'. 단체장들은 딜레머에 빠졌다. 대구시의 총 채무는 1조9천600여억원. 이중 지하철 관련 부채총액은 98년말 기준 7천938억원으로 이는 대구시의 올해 지방세 수입(7천975억원)과 맞먹는 수준. 과다한 부채는 대구시의 경제발전사업 추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경주시는 민선지자제 출범 전인 94년 기채액이 500여억원이었으나 98년 기준 순수기채액은 2배나 되는 1천20억원, 이자를 포함하면 1천450억원으로 불어났다.

자치단체의 재정상태도 위험수위. 경북도내 10개 시(市) 평균 재정자립도는 지자제 이전 94년 경우 56.1%였으나 98년엔 37.2%로 18.9% 포인트나 떨어졌다. 구미시는 이기간 동안 재정자립도가 85.3%에서 60.2%, 경주시는 56.2%에서 38.4%, 안동시는 39.6%에서 23%로 추락했다.

'표'를 의식해 중요한 지역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거나 재정상태를 고려치 않은 채 공약을 남발,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의근 지사는 도청이전특위까지 구성했지만 현재까지 후보지역으로 떠오른 시.군들의 갈등만 유발한 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민선시대 들어 지자체와 주민, 지자체간 이해대립으로 갈등이 심화된 것도 지자체시대의 그늘이다. 대구 위천국가산업단지 조성의 경우 영남의 남북대결이라는 새로운 지역감정으로 비화됐고 상주시 화북면 일대 온천개발을 둘러싼 인근 충북 괴산군 주민들과의 갈등도 이런 경우다.

최봉기 계명대 교수(행정학)는 "민선단체장들이 경영마인드를 갖고 경제활성화에 주력했으나 현실적인 여건이나 기반없이 가시적인 정책개발과 선심성 공약사업에만 치우친 부문도 많다"며 "눈앞의 재정사정도 고려해야 하지만 장기적 비전을 갖고 사회간접시설을 조성하는 정책 결단과 적극성도 단체장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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