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녀가 있는 편부 ㅇ(41·대구시 중구 남성로)씨는 자신의 주벽 탓에 아내와 헤어진 후에도 여전히 술로 날을 지샌다. 애 키우고 집안일을 전담하던 아내가 떠나가버려 자녀 양육은 온전히 ㅇ씨의 책임이지만 벌써 삶을 포기한 상태라 자녀들은 안중에도 없는 한시 자활보호대상자이다.
7년전 아내가 가출해버린 편부 ㅎ(40·대구시 동구 용계동)씨 역시 여러번 자살을 기도한 경력이 말해주듯이 삶에 대한 무력감과 알콜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5만원짜리 월세도 이미 10달치나 밀려있는 ㅎ씨의 세 자녀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굶기를 밥먹듯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ㅎ씨는 최근 대구시 종합복지회관 아동·청소년상담팀과 몇차례 상담을 거친 후 일을 나가려고 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올해 13세된 ㅇ(대구시 남구 이천동)군은 엄마가 집을 나가버린 뒤 술만 마시면 닥치는 대로 칼과 흉기를 휘둘러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는 아버지(43)와 함께 어둡고 불안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사회적 지원이 절실한 편부 가족(부자가정)이 급증, 가족문제를 넘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6·25 전쟁이 끝난 직후 남편을 잃고 먹고 살길이 막막한 어머니와 자녀가 힘겹게 사는 편모가족이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결국 모자세대지원법 제정까지 연결됐던 적은 있으나 저소득 편부가족이 신종 빈곤계층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후반 특히 IMF 이후의 일이다.
이는 한국여성개발원이 생기고 편부가족의 실태를 조사하려다가 실패한 10여년 전과는 판이한 실정이다. 당시 여성개발원의 조사요원들이 산넘고 물건너 편부가족을 찾아가면 홀아비는 간데없고 새 아내와 버젓이 살림을 차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남자들이 직장에서 퇴출되고, 여성들의 취업이 늘어난데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을 위해 참고 살던 주부들의 가치관이 이기적으로 변모하면서 편부가족은 급증하고 있다.
98년말 현재 대구의 부자가정은 모두 2천587세대 7천238명이나 이 가운데 사회적으로 지지해 주어야할 저소득 부자가정은 543세대로 가구원수는 1천472명에 이른다.
저소득 부자가정에서 보호대상이 31%, 생활보호법 대상 42.5%(거택보호 14.5%, 자활보호 28%), 한시적 생활보호대상 17.5%(생계보호 8.3%, 자활보호 9.2%)이고 보호를 원치않는 대상은 9%에 불과하다.
부자가정에서 아버지들의 직업은 대부분 일용 잡급직이고, 알콜중독을 포함한 약물중독, 성격장애, 신체장애, 노동회피, 근로무능력, 기타 질환을 앓는 이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예전에는 아내의 사망으로 인해 부자가정이 많이 발생했으나 98년말의 경우 이혼(56.2%)으로 인한 부자가정이 제일 많고, 사망(20.7%) 배우자 가출유기(17.7%) 생사불명(1.2%) 미혼부(1.8%) 기타(0.6%) 사유순이다.
대구시 종합복지회관 아동·청소년팀 사회복지사 박연자씨는 "IMF 이후 아내의 가출로 인한 결손가정이 급증하고 있고, 새로운 빈곤계층으로 증가하고 있는 편부가족은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들이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도록 하기위한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효가대 권복순 교수는 편부가정을 위해 정기적인 가정방문서비스와 사회적 지원망의 확충, 그리고 현행 모자세대만을 위한 모자세대지원법을 편부모세대지원법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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