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對日)무역역조 시정을 위해 도입된 수입선다변화제도가 21년만에 전면 폐지되는 7월부터는 일본상품의 국내수입이 완전개방된다. 일본상품가운데 이 제도에 묶여 수입이 마지막까지 제한돼왔던 16개품목이 해제됨으로써 일본의 모든 상품이 한국상품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직 대일무역역조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같은 제한조치마저 풀리게 됨으로써 한일간의 무역불균형이 심화되고 우리경제에 많은 문제점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지역과의 무역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번다해도 일본상품의 소비증가 추세가 이를 능가한다면 한국경제의 일본예속화를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수입제한조치의 폐지는 국경없는 경쟁시대에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번 조치도 96년 세계무역기구(WTO)와의 협의에서 올해말까지 실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가 외환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로 6개월 앞당긴 것이다. 이제 자기나라 상품에 대한 대외적 보호조치가 더이상 불가능해져가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절감케한다.
일본상품에 대한 완전개방이 불가피한 현실인 이상 우리가 패배의식만 가지고 앉아있어선 안된다. 어떻게해서든 일본상품 못잖은 품질의 상품을 만들어야하고 가격면에서도 일본보다 값싼 제품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국내업계가 붕괴되지 않을 것이다. 그밖에도 패션과 디자인 부문에서도 일본에 앞서는 다양한 창의력을 보이는 노력이 이전보다 배가돼야할 것이다.
그러나 높은 기술과 치밀한 유통망, 일제상품에 대한 우리국민의 선호도 등을 감안할 때 일본제품에 대한 수입빗장이 풀리면 일본의 인기상품은 삽시간에 우리의 내수시장을 석권할 것같은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말 수입제한이 해제된 20개품목의 경우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 지난 1~5월사이 이들 제품의 수입액은 같은 제품전체수입액의 35.5%를 차지했고 특히 일부 인기품목은 국내수입시장의 80%를 점유해 내수시장 전체를 크게 흔들어놓고 있다. 특히 이번에 풀리는 품목은 국산보다 여러면에서 우수하고 인기있는 것들이어서 국내 업계에 더욱 큰 타격을 줄것으로 예상된다. 설사 일본이 전략적으로 당분간 공세적 시장진입을 자제한다해도 그것은 시간 문제인 것이다.
우리 업계는 우선 핵심부품에 대한 대일의존도를 줄이고 경쟁력있는 새로운 제품개발에 나서야하고 정부는 시장교란을 막기위한 산업피해구제제도의 활용 등 대비책을 강구해야한다. 대일수입부품에 대한 세제·금융·기술지원도 검토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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