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삼성차 빅딜 무산의 교훈

삼성그룹이 삼성자동차에 대해 법정관리신청을 하는 대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주식 400만주를 이 회사의 상장추진과 함께 채권단에 넘겨주기로 최종결정함으로써 7개월간 끌어온 삼성차 빅딜은 무산되고말았다. 재벌빅딜의 마무리에 한계를 드러낸 것은 정부의 재벌개혁에대한 비판을 가져오겠지만 그동안 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를 훼손시켜왔고 협력업체들의 손실 등 숱한 부작용을 빚어왔던 문제들이 일단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 점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삼성차의 투자결정과정에서부터 금융기관들의 대출, 현정부의 빅딜추진과 이번의 법정관리신청에 이르기까지 불거진 문제들은 정부와 금융계, 재계의 아픈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남은 문제의 해결방법에 따라 새로운 후유증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삼성차투자가 정치논리로 결정된 것부터가 잘못이었고 금융기관들도 정치적 결정의 배경과 삼성이란 이름만 믿고 거액의 돈을 신용으로 빌려줘 엄청난 부채를 떠안게 됐던 것은 우리나라 부실기업의 표본을 보는 것 같았다. 게다가 현정부는 재벌개혁의 성과에만 급급한 나머지 삼성의 자동차와 대우의 전자 업종간에 무리한 사업맞교환을 강행했고 그 과정에서 주식회사의 유한책임원칙에 벗어난 오너의 사재출연까지 밀어붙인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이다. 처음부터 시장경제원리를 무시한 정치권력과 정부의 입김이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삼성측의 이번 결정이 최선의 해결책이었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시기가 이르다. 정부의 기업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이 돼온 삼성차처리를 채권단 손실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타협을 이뤄냈다고 할 수는 있으나 법정관리신청의 수용여부와 수용되더라도 삼성차의 향후처리문제는 그대로 남게되는 것이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삼성자동차는 청산되고 부산공장 처분은 대우와 협의될 것이라지만 법정관리 삼성차의 공정한 처분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이 회장의 사재출연 자체도 문제가 됐지만 그것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상장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삼성과 대우에 대한 특혜시비를 몰고옴으로써 이들 생보사가입자들과의 마찰이 예상되는 것이다.

어쨌든 삼성차처리를 교훈으로 정치논리로 경제가 농단되는 일이 없어야하고 삼성차의 법정처리와 관련, 새로운 후유증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특히 보험가입자의 재산을 삼성차부실해소에 쓰는 꼴이 되지 않도록 생보사상장이 재벌특혜가 되지않게 조치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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