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허울뿐인 세계문화유산 신청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에 우리나라는 고인돌군(고창, 화순, 강화)과 함께 '경주 역사유적지구'를 신청해 놓고 있다. 물론 지난해부터 예비목록으로 경주남산유적지를 신청해둔 상태다. 그러나 단위문화재보다는 남산을 포함해 월성, 대릉, 황룡, 산성지구 등 신라문화권을 한데 묶는게 효과적이라는 견해에서 '경주 역사유적지구'라는 이름아래 신청한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지정이라면 국가적인 영예다. 독특한 예술적 또는 미적인 업적과 창조적인 재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만한 영광에 걸맞게 관심 또한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러나 그게 아니다. 준비도 채 안된채 지나치게 신청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는 느낌이다. 문화재 정책이 과연 있기나 있는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허술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난 95년 석굴암과 불국사가 세계문화유산에 이미 등재돼 있는데도 지금와서 '경주역사유적지구'로 따로 신청한다는 것은 마치 석굴암과 불국사가 경주와는 동떨어진 문화재 같은 인상이다. 안목을 미리 넓혔어야 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교토지구와 나라시의 기념물지구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그렇지만 그곳에는 '불국사와 석굴암' '경주역사유적지구'라는 이분법적인 발상은 없다. 이런 예를 보면 우리의 문화재정책이 얼마나 단견에 머무는가를 알 수있다. 더욱이 나라시는 경주시와 자매도시가 아닌가.

석굴암과 불국사가 함께 등재될 때도 실은 애시당초 석굴암 하나만 신청했다가 실사 나온 스리랑카의 한 전문위원이 왜 불국사와 한데 묶질않느냐는 핀잔끝에 가까스로 불국사와 함께 등재되는 웃지못할 경험을 갖고있다. 이왕 상당한 액수의 분담금을 내는 협약국이 된 이상 우리의 우수한 문화를 외국에 알리는데 보다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경주의 경우 노천박물관이라는 남산만해도 3년전의 화재로 검은 숯밭이 흉물처럼 방치돼있고 이밖에 숱한 사적지와 폐탑지 등 문화유적들이 방치돼 있다. 여기다 당국의 낮은 문화재 인식도가 방치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주는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다. 퍼부은 시멘트며 마구잡이로 파헤쳐진 소중한 유산들은 회생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우리의 우수한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는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과학적이고 학술적인 연구아래 보존하여 민족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하고 지역사회 발전의 중심체로 관리하는게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취지임을 먼저 알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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