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큰 상(賞)치고 뒷말 없는 게 별로 없는 듯 하다. 같은 반열에 선 후보라는 상대가 있는 탓이겠지만 하다못해 시상의 직접 동기가 아닌 인품까지 들먹여지는건 다반사다. 그렇다보니 큰 상일수록 뒷말이 도는 기간 역시 길어지는 건지…. 73년 1월27일, 미국의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사실은 16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어 '수상구설수'로는 질기고 험하기가 가히 세계적 기록감이다. 질긴 비판에 쇠심줄처럼 버텨왔던 키신저가 마침내 잘 관리되던 성정(性情)을 폭발시켰다. 지난달 28일, 영국 BBC 방송에 생방송 출연중에 '73년에 받은 노벨평화상이 사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이 끝내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방 퇴장하게 했던 것-. 앵커맨은 '당시 미국이 캄보디아를 폭격해 엄청난 인명피해가 났으며 이는 중립국에 대한 비밀작전'이라고 계속 쏘아대는 바람에 결국 낙마(落馬)한 셈이다. 73년의 파리 휴전협정 체결은 나중 당시 월맹의 거물급 비밀 공산프락치로 밝혀진 월남의 거물 정치인인 '쭝 딘쥬'의 각본대로 당사국인 월남.월맹.미국.월남 임시혁명정부의 외상들과 소련.중국.프랑스 등 4+8 형식의 12개국이 서명한 것.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월맹의 레 둑토정치국원은 끝내 사양했다. 월맹이 휴전협정 조인후 2년1개월만에 일방 파기하고 남침을 감행한 역사적 사실이 그의 수상거부를 설명하고 있다. BBC의 앵커맨이 키신저의 노벨평화상을 사기라고 몰아 붙인 것이 다소 파격 질문이란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퇴장이란 대응자세는 더 문제였다. 항상 부드럽고 자연스러웠으며 거기다 학식까지 겸비, 도무지 비뚤어진 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천의무봉(天衣無縫), 키신저의 진면목을 16년만에 비로소 본 느낌이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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