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교수는 말과 글로 산다는 점에서 같다. 이들의 말, 글 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기자들은 무엇보다 축약(縮約)을 미덕으로 삼는다. 아무리 크고 복잡한 일이라도 단 몇 개의 문장으로 다듬어 낸다. 교수들의 말, 글살이에는 부연(敷衍)이 미덕이다. 교수들은 덧붙여 설명하는데 이골이 나 있으며 언어의 경제성에는 대체로 둔감하다.
축약이나 부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 '자율성'이다. 권력의 위협이나 자본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진실에 따라 소신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기자와 교수가 가져야 할 말, 글살이의 으뜸가는 덕목이다. 권위주의 국가권력에 의해 위축되었던 자율성은 민주화 과정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멀었다. 기자사회는 구조조정 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교수사회는 BK21 프로젝트 등이 만들어내는 반교육적, 반민주적 압력 속에서 자율성이 크게 훼손될 지경에 놓여 있다. 국가가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이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金 台 鎰〈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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