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독한 인간 내면세계의 풍경화

소설가 공지영씨가 소설집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를 창작과 비평사에서 펴냈다. 94년 발표한 '인간에 대한 예의'이후 5년만에 펴낸 두번째 소설집으로 90년대를 어렵게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의 내면적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첫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가 격동의 시기였던 80년대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풍경이었다면 이번 소설집은 혼돈의 시기인 90년대를 보내면서 작가의 가슴속에 각인된 고독함, 지난 시간과의 화해나 용서를 그려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집에서 작가는 혼돈의 시기를 사는 인간들의 고독한 내면 풍경을 그려낸다. 그의 소설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헤어짐'을 반영한 때문이기도 하다. 이혼이나 이별, 해고 등이 소설 전편에 등장한다. 특히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순수한 열정으로 인해 상처받은 젊은 영혼들의 자화상이다. 사랑하던 사람에게서 버림받거나 자신들의 이념에 의해 고독해지는 인간들이 소설을 버텨내는 중요한 기제다.

90년대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채 사랑의 상처로 고통받는 인물을 그린 표제작을 비롯 남편과 아이라는 관계속에서도 고독한 가정주부의 일상을 다룬 '고독'과 노부부가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단둘이 여행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어 주는 '길', 사랑의 허무함과 삶에 대한 냉소를 담아낸 '조용한 나날' 등이 그렇다. 특히 이념의 고향인 모스크바를 찾아갔다 무력감만 안고 돌아오는 '모스크바에는 아무도 없다'는 작가의 새로운 글쓰기를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 소설집은 현실과의 접점을 도외시한채 주관의 과잉으로 흐르던 그의 소설이 궤도를 다시 찾아 좀더 현실적인 삶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소설은 결국 인간이 사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이번 소설에서 재확인할 수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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