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차관급회담이 결렬되면서 앞으로 정부 차원의 남북관계는 당분간 소강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22일과 26일에 이어 지난 1일까지 3회에 걸쳐 이뤄진 1.2차 회담은 갖은 우여곡절로 파행을 거듭하다 결렬이 선언돼 명실상부한 당국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을 북한에 비료를 지원하면서 이산가족 논의를 진전시켜보겠다는 우리쪽의 적극적인 대북정책 공세에 비유할때 남한의 1차 공세는 북한의 끈질긴 버티기전술에 부딪혀 일단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북한은 이산가족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않은채 비료 10만t을 얻었고 시종일관 회담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면서 우리측의 상호주의에 굴복하지 않고 버텨 우리 스스로 회담을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일단 진지고수에 성공한 셈이다.그러나 이번 회담은 남북한 모두 50년간의 냉전 틀을 깨지 못함으로써 공동의 이익을 실현한 기회를 살리지 못한채 소모전만 거듭하다 서로를 비난하며 끝났다는 점에서 남북한 모두 패배했다는 지적이다.
남한은 처음에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자세로 상대의 호의를 기대하다가 갑자기 고자세로 돌아서면서 그동안 공들여 쌓은 '신축적 상호주의' 마저 포기했다.
이에대해 우리 정부측은 대북포용정책의 포기가 아닌 신축적 운용의 묘를 발휘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대북포용정책 3개 기조의 하나인 상호주의 원칙에서보면 다시 후퇴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다.
북한의 일부 세력들로서는 그네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우리의 대북포용정책이 후퇴한데 대해 승리감을 만끽할지 모르지만 남한 정부로부터의 지원이 어려워지면 경제재건 등 국가적 난제 해결이 그만큼 늦어질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당분간 소강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한은 당분간 회담 재개를 위한 여론 등 여건이 조성되기를 기다려야 하며 북한 역시 남한의 회담 재개 요구에 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내부 의견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한은 신축적 상호주의 원칙을 포기했고 북한은 서해사태에 이어 월간조선의 황장엽(黃長燁)씨 인터뷰라는 지엽말단의 사건마저 들먹여 대남 강경자세를 거듭 보여줌으로써 남북한 모두 당국간 대화에 다시 선뜻 나서기 어려운 입장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바늘구멍만큼의 틈이라할지라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으려는 우리정부로서는 북한에 대해 다시 회담에 나설 것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완상(韓完相) 전 통일부총리는 "지난 50년간의 냉전구도의 틀이 며칠 몇 차례 회담으로 깨지기를 기대할 수 있느냐"며 "설사 회담이 결렬됐다 해도 이것이 남북관계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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