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남성들이 만든 여성관련 속언(俗諺)들이 많지만 경기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의 집 화재사건의 전말을 보면 '여자 팔자는 뒤웅박팔자'라는 말은 어디를 뜯어봐도 맞지 않을성 싶다. 바가지의 속을 파내고 꼭지부분에 끈을 달았으니 남편이란 끈이 떨어진 바가지는 알만하다는 말이니 당하기나 한 말인가. 화성군의 전부녀복지계장 이장덕(李長德)씨의 씨랜드 허가와 관련해 보여준 강단은 거꾸로 남자바가지 여럿을 끈에 달고 일 처리에 나서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그녀가 남긴 비망록중 "공직을 떠난뒤 공직사회에도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공무원 모두가 나쁜 사람이 아니다"고 쓴 부분은 이렇다 할 부담없이 공무원범죄를 일률적으로 성토했던 사람들의 가슴에 깊이 와 박힌다. 그녀가 오죽했으면 직속상관을 향해 "차라리 과장이란 제도가 없어지면 어떨까"하고 '직원들 앞에서 서류를 내던지며 망신까지 준' 과정을 원망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과장이 전후상황을 주무계장에게 제대로 설명도 않고 일방적으로 허가를 내주라고 윽박질렀다니 대한민국 관청의 업무체계가 이처럼 점조직으로 이뤄진 것인지, 개탄할 일은 수사진행에 따라 늘어만 간다. 그녀가 질기고 끈덕지게 어려움을 버텨낸지 1년6개월, 마침내 타부서로 전출희망을 낸 부분에선 인간적인 동정이 앞선다. '처치하겠다'는 협박에 아이들을 친척집에까지 피신시킨 어머니의 가녀린 심중은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배상자속의 50만원짜리 봉투를 억지로 전달받고 그 즉시 돈임자의 은행계좌를 확인, 송금한 사실은 그녀의 강직성의 백미편(白眉篇)이다. 세상 남자들이 그녀의 손끝에 거꾸로 매달릴 바가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확실히 정신을 차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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