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욕망의 근원이자 욕망을 향한 사다리일까. 플라톤 이후 철학적 논의에서 몸은 밀려난 대상이었다. 하지만 20세기 들면서 몸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돼 금세기말에는 '몸'이 하나의 거대한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몸 또는 욕망의 사다리'(한길사 펴냄)는 이런 몸에 대한 담론을 여러 학문분야에서 접근한 몸의 연구서다. 인도철학에서부터 사이버네틱스까지 몸에 대한 동서양의 철학을 한자리에 모아 살펴 본 이 책은 철학과 정치학, 생물학, 물리학, 언어학 등 각 분야에서 다른 시각으로 몸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시도하고 있다. 이거룡 조민환 정화열 조광제씨 등 국내외 학자 9명이 공동집필했다.
인도철학을 전공한 이거룡(동국대 강사)씨는 탈물질화, 탈육체화를 추구한 플라톤적 형이상학 시대의 종말을 주장하고 있다. 몸의 논의를 무시한 서양의 이분법적 사유방식에 비판을 가한 것. 인도철학에서 몸은 업과 윤회의 원인이자 해탈에 이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은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해탈코자 했다고 강조한다. 유가의 입장에서 보면 몸은 마음이 기를 통해 드러나는 곳이다. 조민환씨는 욕망절제의 수신(修身)과 욕망긍정의 안신(安身)을 유가미학의 두 줄기로 분석, 동양정신 속에서 심신일여(心身一如)의 사고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근대 서양철학에서는 몸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철학자 데카르트. '나는 생각한다'(코기토·cogito)라는 데카르트식 유산과의 결별을 선언한 비코는 몸의 정치, 즉 육체의 해석학을 통해 몸의 실천적인 삶을 강조한다. 정화열·조광제씨는 데카르트적 전통에서 논의돼 온 이성중심주의적 사유방식을 비판하고 근대철학의 출발점인 심신이원론과 자기중심주의, 시각중심주의 차원의 몸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의 맹아를 비코와 메를로-퐁티에서 찾는다.
이밖에 영화를 통해 본 신체와 인간의 정체성 문제, 미디어 이론에서 본 몸의 담론, 서양미술에서 육체의 역사를 분석한 글들은 우리 몸이 과연 어떤 상태에 있으며 어느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사유할 수 있게 해준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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