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아모스 코메니우스(1592-1670). 우리 독자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체코의 종교개혁가이자 교육사상가인 그는 '근대 교육학의 선구자'로 이름이 높다. 그의 사상의 핵심은 세계를 하나의 큰 조화체로 보고 그에 대한 통합적 지식을 역설한 '범지학'(Pansopia)사상과 지식의 습득은 감각세계에 대한 지각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범교육'(Panpaedia)적 교육방법론.
국내 처음으로 소개된 그의 명저 '세계 최초의 그림교과서'(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는 17~18세기 200여년간 전 유럽에서 널리 읽혀진 베스트셀러다. 라틴어로 된 책의 원제는 '오르비스 센슈얼리움 픽투스'. 감각적 세계의 그림이라는 뜻이다. 1658년 초판이 발행된 이 책은 중세말에서 근대초의 유럽이 도달한 지적 성과가 집약돼 있다. 이 책의 출현은 당시 유럽에서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소박하고 재미있는 그림들과 간결하고도 생생한 문장으로 채워진 이 책은 당시로서는 전혀 새로운 형식의 교과서로 받아들여졌다. 유럽 주요국가들은 이 책을 재편집, 라틴어와 모국어 학습의 교과서로 활용했다. 대문호 괴테는 '이탈리아 기행' 등에서 이 책을 여러 차례 언급, 어린 시절의 소중한 책으로 소개할 정도다. 유럽뿐아니라 영국, 신대륙 미국에서도 이 책은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메니우스는 왜 이 책을 썼을까. 그의 교육정신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가톨릭과 개신교간의 '30년 전쟁'에서 개신교가 패하자 코메니우스는 그가 속한 '보헤미아 형제단'과 함께 체코를 떠나 긴 망명생활에 오른다. 유럽 여러 나라를 떠돌던 그에게 눈에 띈 것은 당시의 비참한 교육환경이었다. 서민층 아이들에게는 전쟁의 참화가 세상의 전부였고, 상류층 아이들은 암기위주의 라틴어와 수학으로 짜여진 학습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이런 현실을 목격한 코메니우스는 모든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교과서를 내놓는다. '그림'이라는 새로운 수단이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그림을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책은 제1과 '신'에서 '최후의 심판'까지 모두 150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세계를 이루는 기본요소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동식물학, 직업과 도구, 천문학, 예술, 철학, 사회조직, 놀이, 인간덕성, 종교 등 세계 및 인간 삶과 관계된 항목들을 백과사전식으로 두루 나열하고 있다. 교육을 처음 받는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지식만을 우선적으로 추려 체계적으로 구성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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