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친 유화 같은 기억의 무대

인생은 수채화처럼 맑고 밝은 것이 아니다.녹슨 쇠빛이 바탕을 채운, 거친 색감의 유화같은 것이다. 극단 '가인'과 극단 '대경사람들'이 7월 대구 무대에 올리는 '사람이 있는 풍경'과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가 바로 그런 연극이다.

사회극을 주로 해온 극단 '가인'의 '사람이 있는 풍경'은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 이미지 연극이다.

온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한 사내. 그에겐 아픈 기억이 있다. 여덟살때 미군부대에서 맞아죽은 아버지. 미군에 의해 죽었지만, 동네 사람들은 두칠이의 소행으로 알고 두칠이를 때려 죽인다. 사내는 아버지가 미군에게 피살되는 장면을 목격했으나 무서워 말을 못한다. 두번째의 아픈 기억은 파업현장.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애꿎은 한 사내의 이름을 대준다. 이후 두칠이와 그 남자의 환영에 시달리며 자살만 생각한다.

'사람이 있는 풍경'은 대구시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은 극단 가인의 제11회 정기공연 작품. 망령과 사내가 과거와 현재,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풀어가는 형식이다. 연출을 맡은 신철욱(극단 가인 대표)씨는 "군중심리에 의한 폭력을 그렸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출연 이철진, 김성희, 권순정, 박정희, 성광옥. 16일부터 20일까지(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요일 오후 4시 7시) 예술마당 솔. 문의 053)427-8141.

올해 4월 창단한 '대경사람들'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새들은…'은 중앙대 연극과 강사인 김명화씨의 희곡. 문학사상사와 삼성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관한 현상 공모 당선작이다. 이 작품은 한 편의 연극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386세대인 지환에게 후배들이 대학극 연출을 부탁한다. 지환은 90년대 학번 후배들과 연극 연습에 들어가면서 의식의 차이를 절감하고, 10년전 연극을 같이 하던 친구들을 회상하며, 후배들의 현실을 보고 고민한다.

작가는 "80년대와 90년대라는, 서로 붙어 있지만 결코 가깝지 않는 두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80년대의 대표적인 대학가 표정인 데모장면과 90년대 록 카페의 광란장면이 상징적인 대비를 이루며 폭행과 음란장면 등도 넣었다. 영상을 도입하는 등 형식적인 면에서도 파격적.

연출을 맡은 장진호 대경대 교수('대경사람들' 대표)는 "힘이 넘치고 속도감이 있는 연극으로 가치관과 존재의식의 혼란을 겪는 이 시대에 청량제 역할을 하는 연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정훈, 김정이, 유수민 등 출연. 7일부터 18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요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예전 아트홀. 문의 053)424-9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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