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가족 그들은 누구인가-갈라서기 '결행'겁내지 않는다

"나는 남편과 헤어져 산지 20년이 넘었다. 결혼 10년만에 아이를 넷이나 낳아 기르는 중에 남편이 바람이 났다. 달래고 설득하고 사정하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바람난 남편을 잡으려고 애썼으나 그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남편의 폭언과 폭행·행패였다. 그런데 그동안 얼굴 한번 안비치던 남편이, 십원 한장 도와준 적이 없던 남편이 다시 집으로 들어오고 싶어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이제 건강도 나쁜 상태로 남편이 돌아와 뒷바라지를 시킨다면 도저히 살지 못할 것 같다. 이혼하고 싶다"

(결혼 30년의 부인)

"아버지 친구가 소개해 준 남자는 학벌 좋고 직장 좋으며 잘 생긴 외모에 집안도 빠지지 않는, 어디에 내놓아도 그야말로 일등 신랑감이었다. 겉으로 표현은 안했지만 남자측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신랑감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래서 선을 본지 두달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길게 생각해 보지도 않고 외형적인 조건과 내 마음만 믿고 상대방을 완전히 파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결혼했다가 남편과 시집의 끊임없는 경제적 도움 요청과 정신적 학대, 그리고 도저히 남편과 시집속으로 융합될 수 없는 고립된 생활 때문에 신혼 6개월만에 헤어지기 위해 상담소를 찾게 됐다"

(신혼의 아내)

이혼으로 인한 가족해체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 이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요즘에는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노인들도 불행한 상태에서 결혼생활을 지속시키는 것보다 새로운 삶을 사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주식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가 지난 4월에 조사한 이혼실태에 따르면 이혼자들의 평균 혼인기간은 8년, 최단 혼인기간은 1년도 안됐고, 최장 혼인기간은 28년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이혼율을 보이는 5년미만 부부 이혼의 경우 72년에는 전체 이혼의 40.9%였으나 97년에는 34.3%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혼기 이혼'은 부부가 결혼 초기에 성격이 맞지 않으면 일찌감치 헤어지는게 낫다는 생각이 대부분인데, 외형적인 조건만 보고 결혼했다가 부부관이 달라서 헤어지는게 보통이다. 허니문 이혼을 포함하여 최소한 아기를 낳기 전에 이혼하는 것을 일컫는 신혼기 이혼은 사람 됨됨이나 성격·성장과정과 교육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고 학벌·직장·외모·시집의 경제적 조건 등을 앞세워서 마치 상품 거래하듯이 결혼을 결정짓는 세태가 제일 큰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상품 고르듯이 한 결혼일수록 이혼 결정도 빠른게 보통이라고 변화순 한국여성개발원 수석연구원은 말한다.

최근에는 나이 예순을 넘고, 결혼 20~30년 이상된 부부의 황혼 이혼은 85년 4.4%에서 97년 6.3%로 점증하고 있다. 대구가정법률상담소에 접수된 황혼이혼 상담은 99년 6월말 현재 모두 43건. 이 가운데 황혼이혼 상담의 원인은 대부분 폭행(20건), 정신적인 학대와 애정상실(2건) 장기별거(18건) 배우자의 부정행위(8건)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웬만해서 헤어지지 않는 황혼기 이혼의 증가는 오랜 기간, '무늬만 부부'로 참고 살아온 아내가 자식의 독립과 함께 자신의 인생을 되찾겠다며 이혼하는 경우이다.황혼기 이혼은 부부가 오래 살았다고 해서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떠나 부부간에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때에는 언제든지 헤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함께 사는 영원한 동반자라는 전통적인 의식에서 부부간의 애정이 가족을 유지하는 중요한 관건이라는 가치관으로 변했고, 이혼을 또 하나의 선택으로 여길 사회의식이 변모하고 있다.

"개정가족법에는 부인에게 자녀양육권과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어서 더 이상 자식과 재산문제로 인해 받는 불이익을 참고 살지않아도 되는 사회적 여건의 변화도 이혼율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지향 대구가정법률상담소 부소장은 "대부분 명의만 부부였지 실제로 부부생활은 파탄상태였던 이들이 황혼이혼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 부소장은 "황혼이혼을 제기하는 여성노인들은 원만한 집을 뛰쳐나가는 로라가 아니라 신혼초에 첩을 두고 이중생활하는 것을 두고 보다가 도저히 못참겠다던가 30년 이상 맞고 산 사람들"이라고 대변한다.

"오죽하면 이혼하겠는가"라는 말이 함축하듯이 이혼은 불행한 결혼을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지만 결정은 신중해야한다.

특히 부모가 헤어진 후 가장 고통받는 자녀양육, 대부분 이혼녀들이 겪는 경제적·정신적 어려움, 해체후 재구성되는 가족(1인가구 혹은 재혼가정 등)의 건전한 정착을 위해 이들에게 용기와 정신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지지체계가 모색돼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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