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20세기가 갓 시작된 1902년, 마법적이며 환상적인 작품세계의 전위영화감독 조르쥬 멜리에스(프랑스)는 사람이 달에 날아가는 내용의 영화'달나라 여행(A trip to the moon)'을 내놓았다. 당시로서는 해괴하고 엉뚱하기 짝이 없는 내용의 영화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67년후 미국의 루이 암스트롱은 아폴로 우주선으로 달에 착륙, 달표면에 발자국을 남긴 첫 사람이 됐다.
자연계의 수많은 생물들 중 상상력을 갖춘 유일한 존재인 사람은 인류역사를 통해 상상력을 현실로 바꾸는 비범한 능력을 입증해 왔다. 전화, 라디오, 자동차, 비행기, TV, 냉장고, 컴퓨터…. 우리가 지금 누리는 온갖 문명의 이기들은 모두 호기심 많은 사람들의 엉뚱한 착상, 동화같은 꿈이 현실화돼 나타난 것이다.
우리앞에 놓인 새 백년, 그리고 마치 수십 수백억 광년의 별처럼 아득하게 느껴지는 새 천년. 인간역사에 마디를 긋는 백년제(centennial)와 천년제(millennium)가 한꺼번에 시작되는 2000년대를 앞두고 사람들은 끝없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괴물 에이리언처럼 끔찍한 암을 지구상에서 영원히 쫓아내고, 붉은 별 마르스(화성)를 정복하고, 우주로 신혼여행, 휴가여행을 떠나는….
21세기, 나아가 새 천년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예측불허의 미래이다. 하지만 인류가 일찌기 경험하지 못했던 대격변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98년 신년호에서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신천지로서의 21세기를 그려냈다. 이 특집에 따르면 2015년은 현대의학의 분기점으로서 염색체 지도인 '휴먼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 Project)'의 완성에 따라 모든 유전적 질병의 원인이 규명되며, 21세기 중반쯤엔 암이 정복되고, 21세기말쯤엔 '100세 청춘시대'가 열린다. 2017년엔 인간이 화성에 착륙하고, 2020년엔 승객 1천명을 태운 초대형 여객기가 평균시속 900km로 하늘을 난다. 2022년엔 모체의 자궁밖에서 자란 태아가 탄생하며, 2030년엔 인공폐, 인공심장 등 인공장기의 생산으로 기증자 없는 장기이식이 가능해진다. 사람을 동면하게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수십년간의 우주여행길도 열린다.
이런 것들이 인간의 한낱 몽상에 지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인류의 미래를 향한 각국 과학자들의 피땀어린 연구로 착착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유전공학분야만 해도 DNA발견자인 노벨상 수상자 웝슨박사가 지난 88년부터 미국정부 지원하에 게놈(생명체의 유전정보) 지도 작업을 2003년까지 추진중에 있어 질병정복의 원대한 꿈에 한발 바짝 다가섰다.
지난 96년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복제양 돌리 탄생은 인간복제를 이론적으로 가능케 만들었고 최근엔 세계에서 4명이 자신을 복제대상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들어 토끼 연골세포를 쥐에 이식해 코와 귀 모양의 인공장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나 하면 복제소 영롱이의 탄생에 이어 자궁내막세포를 몸밖에서 복원, 수정란 착상까지 가능케한 초기 단계의 인공자궁을 개발해 내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일부 국가에선 지하 신세계의 꿈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의 유체역학 권위자인 사토 히로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정원 400명의 제트여객기가 지름 50m의 지하터널을 시속 600km로 달리는 지오 플레인(geo-plane) 구상을 93년부터 추진, 20년후쯤이면 '땅속을 나는 비행기'가 등장할 전망이다. 또 독일에서는 지하철 창을 통해 영화를 볼 수 있는 지하 극장을 개발, 지난해부터 시험가동중이다.
21세기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엄청나게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디지털 정보가전(家電)에 의한 생활혁명은 우리 일상을 송두리채 바꿔 놓을지도 모른다. 최근 일본의 마쓰시타(松下)가 선보인 모델하우스는 생활용품을 정보단말화시킨 미래형 생활양식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아침잠에서 깨어날 때의 '잘잤다'는 한마디가 집안 곳곳의 센서들을 작동케 한다. 전등이 켜지고 커피포트엔 물이 끓고, TV는 그날의 스케줄과 밤새 들어온 연락사항, 주요뉴스를 들려준다. 화장실 변기에 앉으면 체중과 체지방률, 당뇨수치 등이 자동측정돼 단골병원으로 전송되고, 병원에선 최적의 식단과 운동법을 처방해준다.
정보가전뿐만 아니다. 컴퓨터를 통한 홈쇼핑, 전자카드 등의 상용화로 화폐와 지갑은 사라지고, 가상기업(假想企業)을 비롯 화상회의나 외국어 음성통역 등 완벽한 환경의 재택근무는 직업풍속도를 엄청나게 바꾸어 놓을 것이다.
가정과 가족문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새로운 출산기술 즉 아기의 성별, 지능지수, 외관, 퍼스낼리티 등을 미리 프로그램화하고 심지어 태아의 구입 등이 가능할 수 있는 사회의 도래를 예견했다. 또 자녀없는 결혼, 계약동거, 동성애 부부, 은퇴후의 육아, 노인들의 집단결혼, 일부다처제, 거듭되는 이혼과 재혼에 따른 임시결혼 등 다양한 형태가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性)에 대한 관념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종족보존과 쾌락을 위한 성관념에 오락으로서의 성관념이 강화돼 좀 더 안전하고 즐거운 성을 위한 갖가지 방법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나타나고 있는 사이버 섹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편 기업론과 경영에 관한 새지평을 열고 있는 피터 드러커는 지식사회로의 이행이 뚜렷해질 미래사회에서 지적 토대를 갖지 못한 국가는 정보사회로 옮겨갈 수 없다고 경고, 지식노동자 교육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사회의 특징 중 또 한 가지는 '속도'의 문제. 경북대 노진철(사회학)교수는 "21세기는 속도가 가치를 갖는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도의 정보화사회에서는 특히 정보의 빠른 활용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인이 된다는 말이다.
21세기, 그리고 새 밀레니엄의 시대는 한마디로 고도의 하이 테크놀로지 사회이다. 극도의 편리함이 주는 유토피아적 얼굴위엔 인간의 냄새가 옅어진 고독한 사회, 기계에 의해 직장을 잃는 사람들, 노령사회와 사회복지 확대에 따른 높은 세금, 이혼 급증, 생태계 파괴 등 각종 디스토피아적 얼굴도 겹쳐진다.
인간의 가시권을 벗어난, 거대한 시간의 수레바퀴. 미래사회에 펼쳐질 현상들은 비정상적일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마치 프로제리아(progeria:조로병)로 인해 10대 소년의 분홍빛 볼이 순식간에 80대 노인의 그것으로 바뀌어지듯.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강조했듯 21세기는 새로운 가치관, 새로운 비전의 미래형 인간이 요구되는 시대이다.빠른 시대흐름을 적극 수용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앨빈 토플러가 예고한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으로 방향감각을 상실할지도 모른다.
시리즈'새 백년 새 천년'에서는 새로운 밀레니엄의 도래를 앞두고 미래사회에서 일어날 것으로 유추되는 여러가지 사회현상들을 살펴본다.
〈全敬玉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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