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Y2K-소송대란 대재앙 오는가

컴퓨터 2000년 연도표기오류, Y2K 해결시한이 177일 밖에 남지 않았다. Y2K가 말 그대로 '밀레니엄 버그(벌레)'로 끝날 지, '밀레니엄 데빌(악마)'로 변할 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현시점에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Y2K가 더이상 기술적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Y2K의 특성상 완벽한 대처가 불가능한데다 6개월이 채 못되는 시간 제약으로 문제해결 착수시점은 이미 지났다고 판단되기 때문. 정부와 민간업체들은 90%이상 Y2K문제를 해결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남아있는 10%는 언제든 재앙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Y2K를 둘러싸고 전세계적인 소송대란이 벌어질까 우려한다. 소송 규모는 피해보상액과 변호사 수수료를 포함, 1조달러(약 1천2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법적 소송의 핵심은 누가 피해 책임자인가 하는 점. Y2K가 단순히 생산설비의 작업 차질을 빚는데서 나아가 대형참사를 낳거나 전면적인 생산중단 사태로 비화될 경우 막대한 손해 배상을 누가 어떤 방법으로 지불해야 할 것인가.

미국은 Y2K 해결을 위해 연방예산의 1%에 달하는 54억달러(약 6조4천800억원)를 책정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올해 전체 예산의 0.05%에 불과한 440억원을 Y2K 관련예산으로 배정했다. 게다가 일찌감치 '2000년 정보 및 준비 공개법'을 마련하고 부가적인 행정조치를 속속 내놓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Y2K 관련 특별법은 커녕 국회내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마저 상정된 지 2개월이 지나도록 방치되고 있다. 국내 일부 법률회사나 변호사들이 Y2K 관련 소송에 대비하고 있으나 이마저 지역에서는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Y2K문제에 대한 해결 책임은 물론 법적 대응까지 전적으로 사용자 몫으로 돌아갈 지경이다. Y2K 소송과 관련,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제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프로그램 개발자나 공급자에게 피해 책임을 묻는 것이다. 제조물책임법의 경우 제조자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일반인을 포함한 피해자들이 제조자를 상대로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

피해예방을 위한 문제해결 비용 부담도 문제다. 또 Y2K로 인해 사용 업체가 직접적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고객 또는 관련업체에 간접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 책임 여부도 민감한 사안이다. 이밖에 해결시한 촉박을 이유로 Y2K 해결프로그램을 원계약자가 아닌 제3자가 임의로 사용한 경우 저작권 침해문제, Y2K에 따른 영업손실이 발생할 경우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 등도 남은 문제다. 이같은 소송은 금융, 통신, 에너지, 운송, 의료 등 전산업부문에 걸쳐 폭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Y2K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조치는 먼저 문제 발생시 책임 여부를 규정해 놓은 계약서를 검토하는 것이다. 특히 Y2K문제 발생 여부에 대한 제조자 또는 공급자의 보증, 보증의 범위와 내용, 분쟁 해결 절차 등은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

계약서가 구비되지 않은 경우 Y2K 문제 해결여부에 따른 공문을 계약자와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계약서나 공문서 등은 이후 법적 분쟁때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Y2K 책임범위를 최소화하고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인증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한국Y2K인증센터와 능률협회 산하기관에서 인증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물론 인증이 Y2K 해결에 대한 법적 보증은 아니지만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자료로 활용돼 이후 법정 공방에서 책임 없음을 입증하는 근거는 될 수 있다.

---Y2K 무엇인가

Y2K는 'Year 2000'의 약자다. 맨 뒤에 붙은 'K'는 1천(Kilo)을 뜻한다. 다른 말로 '밀레니엄 버그'라고도 하는데 천년을 뜻하는 '밀레니엄(Millenium)'과 오류를 뜻하는 '버그(Bug)'가 합쳐진 말이다. Y2K는 60, 70년대 컴퓨터 보급초기 메모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업체들이 연도표기 4자리 중 마지막 2자리만 사용한데서 비롯됐다.

Y2K는 컴퓨터가 단순히 2000년을 1900년으로 오인하는 문제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연도표기 앞 2자리가 없다보니 컴퓨터는 1999년과 1899년도 구분하지 못한다. 지난 1월 삼성의료원에서 1899년 출생 환자의 주민등록번호 '991226-◈◈◈◈'를 입력하는 순간 당시 응급실 입원환자 40여명의 기록이 지워지고 화면이 하얗게 변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밖에도 Y2K 재앙의 징후는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 인근 한 식품점에 설치된 금전등록기는 2000년에 기한이 만료되는 신용카드를 읽어내지 못했다. 미시간주 농산물시장내 판매관리등록기 역시 물건값을 계산할 때 유효기간이 2000년 1월1일 이후인 카드는 인식하지 못했다.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선 객실 예약시간 범위가 2000년이 되자 컴퓨터가 갑자기 작동을 멈췄다. 일본항공(JAL)이 항공기 정비부품을 발주하며 납기를 2000년으로 입력하자 컴퓨터 에러가 발생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예상되는 더 큰 위험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물론 Y2K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다. 컴퓨터 오작동에 따른 핵미사일 발사, 대형건물의 엘리베이터 사고, 공항 통제시스템 오류로 인한 항공기 충돌, 원자력 발전소의 급작스런 중단에 따른 방사능 누출 등이 기우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Y2K를 해결했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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