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란과 전화가 그칠 날이 없었던 중국에서는 전쟁이 끝나 고향으로 돌아 가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고 한다. 지친 병사들은 어느 쪽이 고향인지 방향감각을 잃기 예사고 사막이라도 가로놓여 있으면 설상가상이다. 이럴때는 늙은 말을 앞세운다고 한다. 전장에서는 비록 큰 공을 세우기 힘들지만 길 만큼은 훤히 꿰뚫고 있어 귀향하는 지친 병사에게 늙은 말은 장수 못지 않게 항상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정책을 볼때 마치 전쟁을 치르는 느낌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입시철 마다 바뀌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바뀌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또 바뀐다. 전직 모교육부장관은 과외철폐를 부르짖으면서 자신의 아들과외 사실을 털어놓아야 하는 웃지 못할 아이러니를 낳은게 불과 얼마전이다. 엄청난 사교육비를 염려하면서도 그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는게 오늘의 우리교육 현실이다. 대입전문 사교육현장인 대구의 일신학원이 지난주 개원30주년을 조용히 지냈다. 전신인 동강예비학교 시절까지 합하면 연륜이야 훨씬 깊어지겠지만 그보다 해마다 서울은 물론 전국의 대학 잣대가 이곳에서 나와 교사나 학부모의 저울 역할을 해줄 만큼 진학정보 권위는 알아준다. 이 학원에 권춘길씨라는 이가 있다. 대학입시 잣대를 만드는 일이 그의 손을 반드시 그쳐야 제대로의 건강한 잣대가 만들어질 정도로 이 분야에 노하우를 갖고 있다. 미래 직종으로 각광받고 있는 증권가의 애널리스트 역할과 흡사하다고나 할까. 그가 교육의 도시 대구에 있음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회갑을 넘긴 그는 교육정책에서도 남다른 안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교육계에서는 그를 '재야교육감'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아직도 진학지도나 정보는 그를 그쳐 야 정품으로 인정받을 만큼 열성적이다. 입시전장에서는 늙은 말이지만 사교육현장에서는 분명 신지식인인 셈이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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