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년 총선 누가 뛰나-경북

경북은 대구와는 정치 성향이 다소 다르다. 지난 15대 총선에서 대구에서 거세게 인 자민련의 녹색바람으로 신한국당 후보들이 추풍낙엽이었던 반면 경북에서는 신한국당이 선전, 대구같은 자민련 돌풍은 없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때는 양상이 뒤바뀌어 대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시장·구청장·시의원을 '싹쓸이' 했으나 경북에서는 한나라당이 압승 내지 선전을 했지 싹쓸이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또 역대로 경북 북부지역은 여타 지역의 정치 성향과는 조금 다른 면모를 보여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기류를 바탕으로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은 현재 각 2석에 머물고 있는 경북의 의석 수를 지키는데 그치지 않고 '플러스 알파'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대구를 진원지로 한 반여 정서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한 한 멀리 확산시켜 'TK=한나라당' 등식을 고착화시키는 전략으로 맞설 전망이다.

또한 이 곳의 총선 구도에서는 여-야의 대결 못지 않게 야-야의 내부 경쟁이 한층 관심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갑·을로 나뉘어진 선거구가 통합되면 두 명의 현역의원 내지 지구당위원장이 한 자리를 놓고 당 내에서 부터 다퉈야 하기 때문이다. 구미, 안동, 경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여기에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지구당위원장이 모두 있는 지역은 공동여당 내 연합공천으로 이어질 지도 주목거리다.특히 의성의 경우 인구 감소로 어떤 식으로든 인근 지역과 통합이 불가피하다. 선거구 인구 하한선이 8만명 이하로 내려올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의성을 예천이나 군위와 통합, 1개의 선거구를 유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다른 선거구에 흡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구 9만명을 간신히 넘고 있는 성주·고령과 청송·영덕 등도 인구 하한선이 높아질 경우 현행 선거구 유지가 위태로울 수 있다.

지역별로 보면 포항의 경우, 남·울릉과 북구 모두 이목을 집중시키는 곳이다. 북구는 자민련 박태준총재와 15대 총선에서 옥중당선의 저력을 보인 허화평전의원에다 한나라당 이병석위원장이 가세, 예측을 불허할 전망이다. 박총재의 최종 출마 여부에 따른 선거 구도 변화도 흥미거리. 남구도 한나라당의 이상득정책위의장과 재력가인 자민련 강석호위원장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승패를 떠나 열기를 뿜을 것으로 보인다.

경주는 같은 한나라당 소속인 김일윤 국회건교위원장과 임진출의원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구당위원장 자리를 놓고 벌일 공천 경쟁이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구미는 좀 더 복잡하다. 갑·을 지역이 하나로 통합, 한나라당 김윤환, 자민련 박세직 두 현역 의원이 맞붙게 되고 여기에 박정희전대통령의 조카로 사촌 간인 4선인 박재홍전의원과 박준홍씨의 출마 여부도 관심거리다. 한나라당 내부적으로는 한만수위원장이 김의원에게 공천 도전장을 내밀 지도 모른다.

안동은 벌써부터 사사건건 여야가 격돌하는 양상을 보이는 등 총선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두 명의 현역의원(국민회의 권정달, 한나라 권오을)과 한 명의 전직의원(자민련 김길홍)이란 3자 구도가 열기를 더하고 있다.

김천과 상주, 문경·예천은 15대 총선과 지난해 4·2보선 등에서 일전을 벌인 후보들의 재대결이 주목거리다. 3곳 모두 한나라당 소속 현역의원에 여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도전하는 양상이다. 김천에서는 임인배의원과 무소속의 정해창 전대통령비서실장, 상주에서는 이상배의원과 자민련의 이재훈변호사, 문경·예천에서는 신영국의원과 자민련의 신국환 전공진청장 등이 맞붙을 전망이다.

현역의원이 자민련 김종학의원인 경산·청도의 경우 한나라당에선 이기택계인 김경윤위원장이 맞서고 있지만 친 한나라당 정서를 의식, 많은 예비후보들이 한나라당을 노크하고 있어 최종 대진표는 유동적. 이들은 여의치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도 불사할 태세여서 지역 최다후보 출마 선거구라는 '전통'은 이어질 전망이다. 칠곡·군위와 성주·고령은 통합된다면 두 지역 현역의원인 국민회의 장영철의원과 한나라당의 주진우의원이 대결을 벌이게 되고, 두 지역이 개별적으로 유지될 경우에도 칠곡·군위 쪽 한나라당 공천 경쟁은 불꽃을 튀길 것으로 보인다.

울진·영양·봉화는 지난해 6·4선거에서 지역에서 유일하게 국민회의 소속 단체장을 뽑은 지역이라는 점과 김중권대통령비서실장의 출마 예상지역이라는 점에서 주목의 대상이다.

〈裵洪珞·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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