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빚해결.공장가동 경제논리로 가닥

정부가 삼성자동차 처리와 관련 8일 오후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5가지 기본원칙을 정하고 삼성은 삼성생명 상장을 전제로 채권단과 협력업체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밝혀 표류하던 삼성차 문제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이날 관계장관 회의에서 삼성이 삼성차의 모든 부채를 책임지고 해결하고 부산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삼성생명의 공개를 가급적 조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삼성생명의 상장이 걸린 생보사 공개문제를 금융연구원 주관으로 8월부터 공청회 등을 통해 공론화를 충분히 거친뒤 상장으로 인한 자산재평가 이익을 계약자나 공익에 최대한 돌리는 방식으로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과정이 순항할 경우 늦어도 내년 2월께엔 생보사 상장이 허용돼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의 상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부산민심만을 고려한 정치논리로 삼성차 문제를 해결할 경우 제2의 기아사태가 우려된다는 비난에 직면한 정부가 경제논리를 해결방안으로 택한 것이다.

이에따라 삼성차 문제를 조기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채권단, 삼성의 대화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삼성차의 가동 여부는 채권단이 결정할 문제라고 한 발 물러서 재가동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날 합의된 5개항은 대부분 그동안 정부가 천명하거나 삼성이 약속한 것이어서 추진에 큰 문제는 없어보이나 삼성과의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갈등의 가능성도 없지않다.

정부가 발표한 5개항의 내용과 의미를 풀어 본다.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출연한 삼성생명 주식을 이용한 채권금융기관 손실보전 부족시 삼성이 책임지고 보전하되 절차와 방법은 채권단이 협의하여 처리한다

-그동안 정부가 일관되게 천명해왔던 원칙이다. 서근우(徐槿宇) 금감위 제3심의관은 "이건희 회장이 출연한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로 금융기관 채무를 해결한뒤 모자라는 것은 삼성그룹이 모두 책임져야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삼성생명 주식으로 일단 채권단과 협력업체, 상거래채권자의 부채를 해결하되 모자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 회장의 사재출연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삼성이 이 회장 재산의 추가 출연이든 삼성그룹 계열사의 출연이든 삼성생명 주식으로 부채를 충당한뒤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 된다는 입장이다.◇부품업체에 대한 보상 및 기타 상거래채권에 대한 변제는 삼성이 책임지고 처리한다

-역시 이건희 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중 일부를 떼어 부품업체보상과 상거래 채권 해결에 쓴뒤 모자라는 부분은 삼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은 채권금융기관이 원매자와 인수협상을 조속히 추진한다.-법정관리 개시가 떨어질 경우 삼성차 부산공장은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간다. 따라서 채권단이 책임지고 원매자를 찾아 인수협상을 서두르라는 것이다.

이날 관계장관 회의에서는 부산공장의 가동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

서 심의관은 부산공장의 가동여부는 전적으로 채권단이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삼성차는 무조건 가동된다'고 얘기해왔던 정치권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으며 정부가 경제논리를 중시하고 있음을 반증했다.

채권단이 삼성차를 가동하는 것이 매각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가동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매각시까지 가동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산공장 가동을 위해서는 채권단의 운전자금 조달 등이 불가피해 인수자가 가동 여부를 결정할때까지는 공장이 돌아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채권단이 대우와 협상을 벌이되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국 원매자들과의 협상을 조속히 벌일 것을 희망하고 있다.

◇삼성이 공개적으로 약속한 부산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 및 시기 등을 최단시일내에 확정하여 공개, 추진한다

-삼성은 그동안 수원의 백색가전 공장의 일부 라인을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삼성차 법정관리 결정으로 이반된 부산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부산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보험사의 공개 및 상장여부는 삼성자동차 처리문제와 별도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공정한 방법으로 검토키로 한다

-정부는 금융연구원 주관으로 8월부터 생보사 상장의 방법과 절차 등을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확정하기로 했다.

8월부터 생보사 상장을 위한 정지작업이 이뤄질 경우 내년초에는 상장이 가능할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내년 3월, 삼성생명은 2001년 1월이 상장에 따른 자산재평가세 납부유예시한이다.

따라서 늦어도 내년 3월이전까지는 상장에 따른 자산재평가 차익의 공정 분배방안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이 확정돼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의 상장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생보 상장의 공론화 과정에서 특혜시비 등이 증폭될 경우 상장시기는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 삼성생명의 상장여부가 삼성차 부채문제 해결의 열쇠이기 때문에 상장이 불허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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