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재산 600만원 기탁' 유언

"평생 도움만 받고 살았습니다. 얼마되지 않는 유산이지만 지금껏 나를 보살펴준 복지관과 동사무소, 성당에 나눠 기탁해 나처럼 어렵게 홀로 사는 다른 노인들을 위해 쓰여지길 바랍니다"

지난달 30일 숨을 거둔 권계선(79.대구시 북구 복현1동) 할머니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유언에 따라 대형 TV 2대와 밥솥.곤로 등을 기증받은 복현1동사무소는 경로당에 물품을 전달하기로 했고, 가정복지회와 산격성당도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재가노인복지사업에 금품을 사용할 계획이다. 할머니의 유산은 전세금 등을 포함해 600여만원.

권할머니의 삶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16세에 칠곡으로 시집갔다 6.25전쟁을 만나 남편과 자식을 모두 잃고, 재혼한지 6년만에 또다시 남편을 떠나보내는 시련을 겪었다. 어렵게 3남1녀를 키웠지만 가정복지회와 첫 인연을 맺은 지난 92년에는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이미 폐렴, 결핵, 위장병, 백내장 등의 합병증으로 인한 고통은 익숙해진 상황이었다. 입원과 퇴원 및 자질구레한 집안일까지 모두가 복지관과 동사무소에서 파견된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의 몫이었다. 정신적 안식처였던 산격성당의 교우들이 밑반찬 등을 마련해 들를때면 잠시 행복감에 젖기도 했다.

그러나 권할머니는 자활의 꿈을 결코 포기하지는 않았다. 건강이 조금만 허락하면 취로사업에 앞장서 참여했고, 밤깎기 등 부업에도 열심이었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어쩌면 권할머니는 살아 생전에 주위로부터 받은 은혜를 되갚을 수 있기를 소망했고, 마지막 유언으로 그 뜻을 이뤘는 지 모른다"며 "매달 겨우 10여만원의 생활비를 지원받는 권할머니가 600여만원을 모으는데는 남모르는 정성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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