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입논술-5차 문제 최우수작

길을 가다 보면 노랗게 물들인 머리나 영어가 새겨진 셔츠 차림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피자, 햄버거, 스파게티 등 우리의 식생활도 점점 서구화되어 가고 있고, 거리엔 영어로 쓰여진 간판들이 줄을 이루고, 대부분의 극장에서는 외화를 상영하는 등 외국문화들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또 얼마전 우리 정부는 일본 문화에 대해서도 부분적인 개방을 허용했는데, 이 즈음에서 우리는 연암 박지원의 글을 통해 문화 개방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눈을 떴으나 오히려 집을 찾을 수 없었던 장님의 이야기는, 자기에게 맞는 문화 양식을 추구하라고 말해 준다. 남의 문화를 자기 가치관이 없이 마구 받아들이다 보면 가치 판단력을 잃어버린다는 말이다. (1)고기도 안 먹던 사람이 먹으면 설사를 하듯, 자신이 늘 해 오던 대로하지 않고, 갑작스런 변화를 주게 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이때까지 생활 양식을 무시한 채 무턱대고 외국 문화를 받아들인다면 갑자기 눈을 뜬 장님처럼 휘청거릴 것이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검토한 후, 우리에게 맞다면 받아들이고, 아니라면 버려야 한다. (1)남에게 양약인 것이 우리에게 독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단순히 문화를 모방하는 실수는 없어야 할 것이다. 모방이 아닌 개방을 위해 다시 한번 우리의 자세를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2)자기의 귀울음이 병인지도 모르고, 남이 알아주길 바라는 아이와 코골기는 병이 아닌 데도 남이 일깨워 준다고 성내는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의 잘못됐을 지도 모르는 문화를 너무 고집하지 말고, 남이 지적한다고 해서 허물도 아닌 우리의 문화를 부끄럽게 하지 말라는 것을 말해 준다. (1)남에게 보이기 위한 화려한 문체는 오히려 글의 참뜻을 가려 알 수 없게 하듯, 남을 생각하여 하는 행동은 본질을 흐린다. 남이 어떻게 보든, 본질이 중요하고, 본질만 확실히 드러난다면 통하게 되어 있다. 문화에 있어 본질이라는 것은 생활에 얼마나 유용하고, 생활을 얼마나 즐겁게 해주느냐는 것이다. 다른 문화에서 우리 문화를 어떻게 평가하든, 그것은 상관이 없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병을 찾아내어 고쳐야 하고, 남이 병이라 해도 우리가 아니라 생각하면, 이어나가야 한다. 남이 알아주길 바라지도 말고, 남의 평가에 갈팡질팡 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무턱대고 남의 문화를 받아들여 모방하고 있진 않은지, 또 우리 문화를 너무 고집하거나, 아니면 우리 문화를 너무 부끄럽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생활에 이로운지 해로운지 선택하는 능력을 기르고 우리 문화를 주체적으로 이어가는 가운데, 우리에게 보탬이 될 다른 문화들을 서서히 우리 실정에 맞춰 가미해 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생각없는 개방이 아닌,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한 문화 개방을 위해 좀 더 주체적이고 합리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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