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입논술-7차문제-사회의 개인 억압은 정당한가

문제 : 아래의 글은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중에서 일부를 발췌하여 놓은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전체적 사회의 이념과 개인의 가치관이 서로 다르다고 하여 사회가 개인을 억압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인지에 대해 논술하라.

이 작품은 작가가 자신의 실제의 체험을 바탕으로 슈호프라는 평범한 농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스탈린 시대의 강제 노동 수용소의 하루 생활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죄도 모른 채, 석방될 기약도 없이 보내야 하는 나날의 절망적인 수용소 생활의 실상을 단 하루의 시간으로 압축, 포착하여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상황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비정상적인 상태까지 몰고 갈 수 있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절망과 기아와 공포가 지배하는 수용소의 생활을 처음으로 작품 속에 전면적으로 그려내었다.

평범한 농부였던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독소 전쟁의 와중에서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탈출하지만 독일군의 첩자라는 누명을 쓰고 강제노동수용소에서 8년동안 복역하고 있다. 고향에는 그가 돌아오면 염색장이를 시키고 싶어하는 아내가 있지만 이제는 편지조차 뜸해졌다.

슈호프는 말없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기가 과연 자유를 바라고 있는지 없는지 이제는 그것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애타게 자유를 갈망했었다. 저녁마다 앞으로 남은 형기를 손꼽아 세어 보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후엔 그것도 싫증이 났다. 그리고 또 얼마 후엔, 형기가 끝나더라도 집에는 돌아갈 수 없고 다시 유형지로 쫓겨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형지에서의 생활이 과연 여기보다 나을지 어떨지, 그것도 그에게는 분명치 않다. 슈호프가 자유를 갈망한 것은, 다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한 가지 희망 때문에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형기가 끝나도 집으로 돌려보낼 것 같지가 않다. (중략)

"이거 받게, 알료샤!" 비스킷을 한 개 그에게 내준다.

알료샤는 벙긋 웃는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먹을 것은 있습니까?"

"어서 먹게!"

우리들이야 없으면 또 벌면 되니까 염려할 건 없다.

그리고 자기는 소시지를 한 조각 입에 던져 넣는다. 어금니로 지그시 눌러 본다. 자근자근 씹어 본다. 향긋한 고기 냄새! 달콤한 고기즙이 혀끝을 녹인다. 아,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뱃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벌써 '이상, 끝'이로구나.

나머지는 내일 아침 작업장에 가기 전에 먹기로 하자.

그는 때묻은 얄팍한 담요를 머리서부터 뒤집어 썼다. 침상 사이의 통로는 점호를 기다리는 건너편 방의 죄수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그리로는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다. 슈호프는 더없이 만족한 기분으로 잠을 청했다. 오늘 하루 동안 그에게는 좋은 일이 많이 있었다. 재수가 썩 좋은 하루였다. 영창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사회주의 단지'로 추방되지도 않았다. 점심때는 죽그릇 수를 속여 두 그릇이나 얻어먹었다. 작업량 사정도 반장이 적당히 해결한 모양이다. 오후에는 신바람나게 블록을 쌓아올렸다. 줄칼 토막도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제자리 대신 순번을 기다려 주고 많은 벌이를 했다. 담배도 사 왔다. 병에 걸린 줄만 알았던 몸도 거뜬하게 풀렸다.

이렇게 하루가, 우울하고 불쾌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거의 행복하기까지 한 하루가 지나갔다. 이런 날들이 그의 형기가 시작되는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만 10년을 ― 3653일이나 계속되었다. 사흘이 더 가산된 것은 그 사이에 윤년이 끼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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