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각국의 지도자들은 국내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발전 전략을 가지고 무엇인가에 전념했었다. 레닌은 전기에, 스탈린은 트랙터에, 모택동은 원자탄에, 케네디는 달나라에, 클린턴은 인터넷에 몰두했었다. 지난 69년 7월 21일 미국 우주인 닐 암스트롱의 달에서의 한 발자국은 미국 과학기술의 승리였으며, 미국의 세계패권을 회복시켜준 신선한 공기였다. 미국중심의 세계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이었으며, 미국의 세계지배의 원동력이 되었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은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의 발사성공에 충격을 받은 미국 국민들에게 60년대가 끝나기 전에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아폴로 프로젝트는 온 미국 국민의 자존심과 명예를 걸고 과학기술에 전체 국가역량을 집중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월남전 패배의 정치적·경제적·심리적 상처를 입고 있었던 미국 국민들에게 달착륙이라는 전대미문의 과학기술산업은 국가역량을 결집시키고 국민들의 창의력을 유발시키고 관련산업이 동시에 발전할 수 있는 획기적인 동기를 부여했던 것이다.
아폴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서 신기술의 개발이 필요했다. 엄청난 추진력을 가진 새 엔진의 개발, 정확한 궤도진입을 위한 제어기술, 내구성· 내열성에 뛰어난 신소재 개발, 무중력 초진공상태에서 인간활동을 가능케 하는 신기술, 절대진공, 극저온, 방사선에 대응해야 하는 우주여행계획은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적 신뢰도를 보장할 수 있는 복합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했다. 아폴로 11호가 단 15초만의 여유연료만 가지고 생활하였다는 것은 미국이 얼마나 정확하고도 거대한 엔지니어링 작품을 창출하였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아폴로 사업의 성공은 성숙된 인공위성기술·전자통신기술· 항공기술· 정보화시대를 열어주었다.
한국의 미래는 불확실하고 불투명하다. 2000년 동안의 맨탈리티인 파워공유의 거부가 우리 지도자들에게는 남아있다. 한국정치는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을 상실하여 제도와 법에 의한 정치가 아니고, 사람과 돈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다. 경제위기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시키면서 상하계급의 양극화를 막아주는 중산층을 와해시켜 많은 사람들이 주택자금·각종 세금· 자녀교육비·기본생활비 등을 빼고 나면 도저히 생활의 여유가 없다고 토로한다. 이들의 고민은 아이들이 과연 자신의 세대처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데 있다.
또한 한국제품은 세계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도시는 범죄와 부패로 부식되었으며, 화성 청소년수련원 참화에서 보았듯이 안전불감증에 걸려 있는 이 사회에서 아이들마저 품밖으로 안심하고 내보낼 수 없는 실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너무나 빨리 무엇을 얻으려는 충동이 대중문화속에 침투해 있으며, 즉각적인 번영을 바라는 기대와, 현실에 주어진 자원의 제약에서 오는 사회·경제적 긴장이 나타나고 있다. 엄청난 변화가 세계를 휩쓸고 있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교란의 시기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대중적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증폭되어 우리는 활기와 의욕을 잃고 표류하고 있으며, 무기력에 빠져들고 있는 실정이다.일이 터지고 나서 허둥대는 정부의 임기응변식 대응에 국민은 좌절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우리에게는 목표와 방향의 패러다임이 없으며, 국내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아무런 컨센서스도 없으며, 합의된 연구과제도, 공통된 프레임워크도 없다. 지금까지의 개혁과 같은, 말뿐인 미시적 처방을 하는 것은 국내문제 해결을 위해서 미흡한 접근방법이다. 국민들은 풍요·안정·번영·희망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꿈(Korean Dream)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
국내문제 해결에 대한 지혜의 제공은 국민에게 희망과 기대와 관심과 아이디어와 역량을 집결시킬 수 있고, 한국의 모든 산업이 동시에 발전할 수 있는, 아폴로 프로젝트와 같은 야심찬 국가적 프로젝트의 개발에 달려있을 것이다. 지역적으로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부산프로젝트를 정부가 제시못함으로써 세계 제1의 기술력을 가진 부산의 신발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것은 아쉬운 일이다. 대구의 밀라노 프로젝트도 아폴로 프로젝트의 좌절과 성공의 역사, 의의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의 지도자가 반드시 해야할 일은 국민에게 새로운 비젼을 부여하는 것이다. 정부가 새로운 한국의 임무를 만드는데 놀랄만한 창의성과 기민함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불타고 있는 로마를 즐기고 있는 네로와 같다. 이 비전이 성공을 거둘 때 한국은 세계역사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만들 수 있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호준(부산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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