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韓·日작가 장편소설 나란히 출간

격정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이 남긴 환상에 고뇌하며 방황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한·일작가의 장편소설이 나란히 출간됐다.

송기원씨의 장편소설 '안으로의 여행'(문이당 펴냄)과 '일식'의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장편소설 '달'(문학동네 펴냄)은 단순히 러브스토리로 읽히기에는 주제가 너무 무겁다. 남녀간의 사랑이 두 소설을 이끌어가는 모티브이지만 사랑이 빚어낸 번뇌를 떨쳐 버리기 위해 자포자기하듯 뛰어든 고행과정, 숭고하고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 고뇌와 신성한 세계를 향한 꿈을 그려내고 있어 상당히 고전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안으로의 여행'은 이태전 훌쩍 인도로 떠났다 돌아온 작가 송씨가 1년 넘게 계룡산 토굴에 은거하며 쓴 소설. 오랫동안 국선도에 심취해온 작가가 비록 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인도에서의 자기수행 체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소설적 공간으로 옮겨낸 작품이다.

허무의식과 직업에의 회의를 느끼는 잡지사 기자인 '나'는 인터뷰차 만난 여성화가와 사랑에 빠진다. 1주일동안 설악산 콘도에서 그녀와 서로의 육체를 탐하며 보낸 나는 여인을 대하는 나의 감정속에 이제까지 느낄 수 없었던 눈부신 생명력을 찾아낸다. 하지만 그녀와 내가 확인한 것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어떤 가능성이 아니라 서로의 알몸을 태우는 것 같은 끝없는 갈증과 집착이었다. 결국 직장에 사표를 내고 아내에게 이혼서류를 넘겨준 나는 무작정 인도 히말라야로 떠난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인도여행에서 나는 약물과다 복용으로 자살한 그 여인의 환영에 시달리고, 어린 나를 버리고 떠나버린 엄마로 인해 모든 여자를 향한 적개심과 살기로 고뇌한다. 수행과정 중 문득 아이 울음소리를 들은후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무의식의 밑바닥을 들여다 보는 깨달음에 이른다는 줄거리다.

올해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신예 히라노 게이치로의 두번째 소설 '달'은 아름다운 한 여인에 대한 사랑과 정열, 생의 절대적 순간을 찾아 방황하는 젊은 시인의 꿈과 죽음을 그린 작품이다. 현실과 유리된 꿈과 환상의 세계를 그린 이 소설은 100년전 일본 나라현의 한 산중 암자가 배경. 평소 신경쇠약에 시달리던 시인 '마사키'는 병을 치유하기 위해 여행에 나섰다 뱀에 물려 사경을 헤맨다. 노승에 발견돼 암자에서 요양하던 그는 꿈에서 지극히 아름다운 한 여인을 보게 된다. 거부할 수 없는 어떤 인연에 이끌린 마사키는 암자에서 꿈속의 그 여인인 '다카코'를 실제 만나지만 뱀에 물린 상처가 재발해 쓰러진다. 자신이 추구했던 정열처럼 다카코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갈구하다 여인과 하나된 순간 생을 마감한다는 내용이다. 고풍스런 이 소설을 통해 작가 히라노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참된 낭만과 절대적인 것과의 순간적인 일체, 꿈과 죽음이 어우러지는 법열의 순간 등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성스러운 비극이 아닐까.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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