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보급 고서화 위조사건-지역 화랑계 술렁

최근 국보급 고서화를 대량 위조, 유통시켜온 위조범과 화랑주들이 적발되면서 가짜 미술품 사건으로 서울뿐 아니라 지역 미술계까지 술렁이고 있다.

게다가 위조용의자가 지난 91년 위작 시비를 낳았던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자신이 그렸다고 진술, 이 문제가 근·현대작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형편.

한국고미술협회 대구·경북지회를 비롯 지역 화랑가 관계자들은 "대구의 경우 미술시장의 불황이 워낙 심해 위작 시비가 일정도의 고가 작품은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도 "소수의 비양심적 행동으로 미술작품과 화랑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역 미술계에서도 미술품 위작 시비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출신 중견작가 김모씨의 위작이 인사동에 나돌아 문제가 됐는가 하면 지난해엔 원로 서양화가 강모씨의 위작이 지역화랑에서 유통돼 물의를 일으키자 화랑주가 이를 환불해 주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 되기도 했다.

96년에는 가짜 고려청자 유통사건이 발생한 것을 비롯, 95년에는 이상범화백의 가짜 산수화 판매사건에 연루된 대구 화랑업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또 지난 91년에는 한 전시회에 출품된 작고 작가들의 작품을 둘러싸고 대규모 위작 시비가 일어 소장자가 화랑 대표들을 고소하는 일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위작 시비는 일부 업자들의 비양심도 문제지만 미술품 감정기관의 공신력이 낮고 '작품 이력서'가 없는 등 미술계 거래 관행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국내의 미술품 공식 감정기구는 한국고미술협회와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 그러나 화상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협회에 소속된 이들 기구의 감정 결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또 미국이나 유럽에서 미술품 거래시 항상 따라 다니는 '작품 이력서'가 없는 것도 위작 시비를 부추기고 있다. 개인이나 화랑·미술관 등 미술품 소장자가 바뀔 때마다 구입처와 일시가 표시되는 작품 이력서가 보편화되면 대부분의 위작 유통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해마다 위작 시비가 끊이지 않는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작이 유통될 수 있는 풍토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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