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부터 BK 즉 두뇌한국 프로젝트 바람에 대학마다 많은 교수들이 밤을 새우며 난리를 피우고 있다. 막대한 액수의 연구비를 따내기 위한 전략을 얼마 남지 않은 기일 내에 어떻게 하든 짜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이미 교수들의 큰 집회가 몇 차례 있었다. 지난 8일에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이 프로젝트를 성토하는 대회를 마친 수많은 교수들이 4.19 이후 처음으로 거리시위를 했다. BK 프로젝트는 무엇이며, 거기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이 프로젝트의 직접적인 목적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과학기술의 육성이고, 이 목적의 (더 큰)목적은 21세기의 최선진 한국의 건설이다. 한 국가의 진정한 선진성의 가장 기본적인 잣대는 과학기술에 앞서 정신적 양식으로서의 인문학적 소양이다. 그러나 과학기술과 그것에 의해 뒷받침되는 경제의 잣대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시방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국제경쟁이 주로 경제적 경쟁에 있고, 경제적 경쟁이 과학기술에 달려 있는 객관적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그것이 인문학의 중요성이 묵살되지 않는 한도에서 설정되었다면, 국가적 목적으로 설정된 BK 프로젝트의 타당성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이 프로젝트의 실현 방법은 균일적이 아니라 선별적이다. 지금까지의 관행과는 달리 과학기술 개발에 필요한 연구비를 모든 대학, 모든 분야, 모든 과학자들에게 균일적으로 엷게 분배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최고의 과학기술 개발과 그것에 수반되는 경제적 높은 성과라는 국가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 가장 우수하고 적합하다고 인정된 극히 소수의 대학.분야.과학교수들을 위한 집중적 투자방식이다.
이런 과정에서 절대 다수의 대학.분야.학자들의 소외감과 그에 따른 반발로 야기될 학계의 대혼란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BK 프로젝트가 어떤 특정한 대학이나 분야나 개인의 프로젝트가 아니고 긴 안목의 국가적 목적 달성을 위한 프로젝트이며, 국가 재원의 한계와 첨단 과학기술의 전문성을 고려할 때 선별적 투자방법은 불가피하며 옳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과 계획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이러한 목적과 계획은 훨씬 전에 세워져야 했을 것이다. 문제는 방법과 절차에 있다. 필자가 이해하고 있는 한 현재의 지원 방법은 한 체제로서의 대학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정한 어느 대학 혹은 어느 분야의 특정한 대학 집단을 중심으로 해서 지원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소속된 대학과는 상관없이 한 분야에서 최고의 수준에 있는 학자들을 개별적으로 규합하는 방법이 훨씬 합리적이다. 어떤 특정한 분야에서 지방대학의 어떤 특정한 학자는 이른바 일류 대학의 특정한 교수보다 월등 뛰어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불가피하지만 소외될 수밖에 없는 대학들과 교수들을 설득할만한 물질적 및 제도적 대책이 준비되었어야 했다.
방법의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이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과정이다. 천문학적인 국가 재정이 투입될 것임에도 공청회 같은 토론도 별로 없이 몇몇 정부 관료들에 의해 졸속하게 계획되고, 더욱이 이런 계획이 어쩐지 밀실의 불투명하고 썩은 냄새를 풍긴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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