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의 눈에는 도시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사람에 따라 도시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도시는 과학과 테크놀로지에 의해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고, 미래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르네상스나 바로크시대의 화려한 궁전들이 불과 몇 층 높이밖에 되지 않은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중세 고딕성당의 첨탑도 100m 남짓 높이에 그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미국 물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제임스 트레필이 쓴 '도시의 과학자들'(지호 펴냄)은 과학자의 눈으로 본 도시의 이야기다. 저자는 무엇으로 도시를 세우는가에서 출발, 미래의 도시까지 전망하고 있다. 현대의 도시를 가능케한 주요한 과학적 발견들을 추적한다. "과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도시를 보면 얻는 것이 많다"고 그는 말한다. 우선 도시를 오늘날의 모습으로 만든 기술의 역사를 보면, 장차 기술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간은 무엇으로 도시를 세우는가. 무엇보다 재료다. 18세기말까지 인간이 이용하는 거의 모든 에너지는 근육으로부터 나왔다. 19세기들어 기적의 재료인 값싼 강철을 이용하게 되면서 도시는 혁신적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저자는 도시의 탄생에서부터 도시의 죽음까지, 도시라는 환경을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공간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있다.
전적으로 화석연료에 의해 움직여지는 오늘날 도시에 비해 미래의 도시는 무엇이 움직이는가에 대해 저자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해답은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능력이다. 그는 미래도시가 산업기술이 아니라 정보테크놀로지 종사자들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도시에는 전기자동차와 스마트 하이웨이, 자기부상열차가 누비고, 광섬유망이 깔린다. 재택근무가 가능해진 인간들은 사이버공간을 넘나들며 가상현실을 체험한다. 우주에도 도시가 건설된다. 태양에너지와 달 표면, 소행성띠에서 자원을 얻고 심지어 자체 중력까지 만들어내 우주를 개척하며 소행성을 식민지로 만든다. 마치 시나리오같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저자는 "결국 우리가 세우는 도시의 종류는 자연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이것을 과학으로 부른다)에 달려 있다"고 결론짓는다. 그는 오늘날 가상현실과 '장자'의 나비를 비교한다. '나는 그때 내가 나비가 된 꿈을 꾸는 사람이었는지, 사람이 된 꿈을 꾸는 나비였는지 모르겠다'(장자 '제물'편).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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