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탈세 요지경

옛부터 일본에서는 세금의 투명성에 대해 일본해군 명장 이름을 딴 '도고산(東卿氏)이란 조어(造語)가 있다. 그 뜻을 풀어보면 '도'는 일본어 발음으로 아라비아 숫자 10을 의미하고 '고'는 5를 가리키며 '산'은 3을 지칭한다. 맨위의 10은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봉급쟁이들은 소득이 완전 노출되기 때문에 자연히 그 세금은 10할 즉 전액 세금으로 부과된다는 뜻이 된다. 그 다음의 5는 기업가들의 세금부담액은 소득의 절반에 해당된다는 의미이다. 맨아래 이른바 자영업자 등속은 소득의 3할만 세금으로 낸다는 뜻으로 탈세가 그만큼 많다는 요지이다. 물론 지금은 그 투명성이 높아져 이 공식이 적용되진 않겠지만 일본의 과거 얘기가 어쩌면 우리의 세금풍토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아 묘한 기분을 느낀다. 국세청이 올 상반기에 추징했다는 탈세규모와 그 탈세행태의 요지경을 보며 더욱 이 '도고산'이란 공식이 새삼스럽다. 우선 탈세규모가 1조4천여억원이란 액수도 지난해의 3배라는 것부터 놀랍고 그 추세대로 연말까지 가면 2조가 될지 3조가 될지 모를 지경이다. 결국 그만큼 세금이 새고 있다는 뜻이고 봉급자들만 '봉'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연봉 3천만원으로 신고한 어느 중소기업 사장은 12억원짜리 빌라를 사고 수십차례 호화 해외여행을 다니다 단속반의 추적으로 수십억원의 탈세 사실이 적발됐다. 대기업은 주로 수출입 가격을 교묘히 조작했다가 들켜 수백억원대를 추징당했다. 더욱 놀라운건 요즘 열풍인 주식을 불법으로 상속 증여하다 적발된 세액이 2천760억원, 이것도 빙산의 일각이라니 이래저래 서민들의 속은 편치 않을 듯 하다. 이번의 탈세규모도 국세청이 눈을 부릅뜨고 추적한 것임을 감안하면 그동안의 탈세액은 가히 천문학적 액수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보통합 결사반대와 납부거부운동이 왜 벌어지고 있는지 설명이 되고도 남는 탈세요지경이다. '도고산'의 공식이 '도도도'로 투명하게 개선되지 않는한 '유리지갑들'의 이유있는 반발을 무마하긴 힘들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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