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칭 '국가기밀보호법'의 내용이 심상하지 않다. 국정원측의 제정설명은 '고의로 국가기밀을 누설한 공무원'을 처벌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기밀누설자는 물론 기밀의 취득자까지도 함께 처벌하겠다는 데 있다. 언론자유의 심각한 손상을 우려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기밀유출방지 대상에서 적국이야 당연하지만 우방국을 포함, 일반인까지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본질적인 문제로, 짚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국가기밀의 성격규정이다. 기밀의 범주가 어디까지이며 이 국가기밀을 누가 결정하느냐다. 요컨대 기준은 무엇이며 어떻게 설정하는가가 지극히 모호하다. 이렇게 되면 기밀설정의 형식이나 과정이야 어떻든 결국은 정부기관의 자의적인 판단과 확대해석은 정해진 순서일 것으로 본다. 만약 정부가 이를 자의로 정할 경우, 국방, 안보, 외교분야는 물론 일반행정 부문에까지 기밀 아닌 것이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공공기관은 그렇지않아도 '비밀문건'이 판을 친다. 이름이야 대외비지만 상식을 지닌 사람들의 판단기준으로 볼때 별것이 없는 기밀이나 정보도 일단 숨기고 보는데 익숙해져 있는 상태다. 언론이 특히 우려하는 이유는 국민의 알 권리는 대외비라는 포장속에 감춰지게 되고 관료들의 자의적인 행정패턴도 갈수록 굳어지게 된다. 더구나 최근엔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다.
언론 뿐만 아니다. 시민사회가 폭넓게 형성되면서 일반국민들까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횟수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국정원이 우려하고 있는 국방.외교.안보분야 및 국가적인 산업기술, 통상정보가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설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재도 국가공무원법이 있고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보안업무관리규정이 있다. 기존의 법들을 개정하는 등 보완과정을 거치지 않고 굳이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독소조항을 넣은채 새로이 법제정을 서두르는 국정원의 의도는 합리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본다.
세계의 어느 선진국이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활동을 법적으로 제약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언론의 보도내용이 설사 국가의 기밀이라 해도 기밀취득자까지 처벌하는 예는 없다. 국정원이 법안마련에 앞서 공청회 등 여론의 수렴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문제는 심각한 부작용을 뻔히 예측하면서 밀고 나가겠다는 의도를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 대다수가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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