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TV방송국에 '좋은 세상 만들기'라는 주말 프로가 있다. 대략 70대이상의 남녀 노인들을 등장시켜 퀴즈 게임 형태를 취했지만 노인들이 서슴없이 뱉어내는 진백이 사투리를 듣노라면 때론 배를 잡고 웃지 않을 수 없다. 소박하고 진솔한 노인들의 얘기를 지방 특유의 사투리에 동문서답(東問西答)식 기행(奇行)까지 연신 쏟아져 나와 웃지 않고 배길 도리가 없다. 그중에도 역시 전라도 사투리가 감칠 맛이 있고 흐느적 거리는 몸짓에 표정까지 곁들여지면 그 프로엔 가장 어울린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경상도 사투리는 아무래도 퉁명스럽고 투박지고 제주도 사투리는 워낙 생소해 의사소통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전라-충청도 사투리
충청도 말씨도 느릿하게 빼는 그맛에 역시 재미가 있다. 그래서 전라도와 충청도 사투리만이 함께 어우러지는 프로가 가장 웃음을 많이 자아내게 한다.
이것 저것 따질 일도 없고 계산할 것도 없고 추리할 것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를 듣고보면 웃음은 저절로 나온다.
김대중대통령의 고향이 전라도요, 김종필총리가 충청도인건 주지의 사실이다. DJP연대의 이 공동정권을 '국민의 정부'라 했다. 그건 3공.5공.6공에 이어 나온 YS의 '문민정부'와 차별지으려 그렇게 지칭한 것이다.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전라도 정권이다. 3공에서 YS에 이르기까지는 누가 뭐래도 경상도 정권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듯이. 지역감정을 부추기자는 얘기가 아니다. 전라도 정권에서 전라도 사람들이 많은 출세의 기회가 주어지는건 당연하다. 과거 경상도 정권시절에 그랬듯이 전라도 인재들이 그동안의 소외에서 벗어나 목소리를 조금 높인다고 해서 그걸 트집잡을 수는 없다. 신문이나 시중얘기들이 각료나 중앙부처 또는 각 기관단체 인사들의 도별(道別)배분을 놓고 전라도가 많느니 경상도가 적느니 어쩌니 왈가왈부한다는 건 이상이지 현실은 그러잖다. 경상도 정권시절에도 역시 경상도 사람들이 많이 기용된것도 부인할 수 없듯이. 그게 인지상정 아닐까.
미국은 대통령이 바뀌면 '사단'이라 불리는 대통령 인맥들이 대거 백악관을 접수한다. 연방정부 주요공무원들에 이르기까지 깡그리 차지해버린다. 미국의 엽관제(獵官制)보다는 그래도 우리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간혹 각 부처마다 실세는 전부 전라도 사람들, '해도 너무했다'는 일부 여론도 있지만 정작 따질건 능력이다. 문제는 전라도 정권이든 어떻든 이른바 '국민의 정부'에 국민들이 기대하는 건 요컨대 '좋은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그 첫째가 IMF를 극복하는 경제회생은 절체절명의 국민요구이자 이 정권의 의무이기도 하다. 굶주림 앞엔 모든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건전한 상식만으로 살수 있고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될 것이다'라는 미래예측이 가능한 정의사회구현이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려면 그 대전제가 대통령은 '큰 정치'를 해야한다.
##어수선한 내각제 정국
그러려면 가슴으로 불평.불만계층을 넓게 포용해야 한다. 꾀가 아닌 덕으로 국민들을 헤아려야 한다. 잘못이 있으면 이렇게 잘못됐노라고 진솔하게 고백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국민을 향해 '큰 정치'를 덕으로 어루만지면 국민들이 대통령을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굳이 동진(東進)이니 TK끌어안기 등에 얽매일 필요조차 없다. 민심이 대통령쪽에 있는데 국회의원인들 어디로 가겠는가. 정계개편은 저절로 이뤄지기 마련이다. 경상도.전라도가 무슨 소용인가. 박정희전대통령의 '바른 치적'을 전라도 사람들이라고 흠모하질 않는가. 경상도 사람들이 '유신'을 가장 많이 비판했고 저항했다. 오늘의 국민은 거기에서 또 30년 원숙해졌다. 자꾸 70년대의 눈높이로 민도(民度)를 치부하려는 폐습은 이젠 버려야 한다.
'특검제'가 대략 그렇게 전개되겠거니 하고 있는데 난데없는 '세풍'에다 '내각제 정국'이 이를 덮쳐 뒤범벅이 돼 버렸다. 대통령과 총리의 '밀실 책략'소산이라면 이건 '큰 정치'가 아니다. 이건 분명 수순이 잘못됐다.
'옷사건'에서 다시 차근 차근 풀어나가는게 순리다. 민심의 건망증을 기대했다면 착각도 이만저만 아니다. 그러잖아도 정책혼선에 따른 반작용의 저항들이 한꺼번에 분출, 심상찮은 터이다. '좋은 세상'은 오다가 저만치 멀리서 멈춰 가물가물 거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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