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국내 신약1호

BC1700년 경에 이미 약의 목록을 기록한것이 전해 오기는 하지만 인류 최초로 문을 연 약방은 745년 이라크의 바그다드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곳 약방에서는 주로 장뇌, 계피, 마리화나, 과일시럽 등을 팔았다고 한다. 오늘날의 알약이나 정제, 캡슐같은 형태의 약은 그로부터 약 1000년 뒤인 18세기에 들면서 등장했으니 그동안 거듭된 시행착오로 이업에 종사한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송곳같은 세월이었을게다. 현대 약리학의 발전은 뭐니해도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하면서부터다. 2차대전에서 연합군이 승리한 것도 페니실린 덕분이라는 역설이 나오기도 했던 페니실린은 인간의 역사를 바꿔놓았다는 찬사와 함께 처칠의 폐렴까지 치료해 세계인들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후 수만종의 항생물질이 나왔지만 현재 효능을 인정받는 것은 기껏 100여종 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구한말 왕립병원 성격의 제중원(濟衆院)시대가 근대제약사의 효시로 쳐도 무방할 것이다. 독립신문에 "금계랍과 회충산을 새로 내왓시니 사가기를 원하는 이는 서울제중원으로 오시오"라는 최초의 약품광고가 실린 것이 1898년 2월22일의 일이다.그로부터 꼭 100년. SK케미칼이 국내기술진에 의해 세계 최초의 제3세대 백금착제 위암 항암제인 신약(新藥) '선플라'를 내놓아 미국, 일본, 독일등 선진10개국이 주도해온 신약개발 반열에 너끈히 올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내서는 처음으로 시판허가를 최종결정, 국내신약1호가 된 '선플라'는 이미 22개국에 특허등록을 완료했고 9월부터는 시판에 들어간다는 쾌거다.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비아그라도 신약이다. 1년새 이미 8억달러어치가 팔렸다니 신약의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코끼리다. 그때문에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열기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땅가뭄에 소나기 만난 푸성귀처럼 '선플라'의 성공만을 본보기로 삼아 업계의 지나친 중복개발이 뒤따른다면 국가적 낭비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만 성공하면 이 낭비를 덮고도 남는다. '선플라'의 쾌거는 우리 의약산업의 획기적 발전에 튼튼한 계기로 자리매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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