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송사에서 이미 방송됐던 프로그램이 또 다른 방송 전파를 탄다. 일본 TV의 프로그램 제작 아이디어를 돈 주고 사들이는 방송사도 있다. 방송계에 이는 변화의 한 조짐으로 주목 받고 있다.
◈KBS
호평 받은 EBS의 자연다큐 2편이 KBS1에 의해 여름방학 특집으로 차용 방송된다. '시베리아, 잃어버린 한국의 야생동물을 찾아서'와 '논'이 그것. 더욱이 KBS측은 프로그램 이름에까지 EBS제작임을 표시키로 했다.
호랑이 다큐는 7부작 중 '조선곡 호랑이 1·2편'을 오는 19·20일, '두만강의 조선표범-그 외로운 생존'을 21일 오전 11시에 방송하며, '논'은 26일 오전 11시 방송키로 계획됐다.
KBS 관계자는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이 프로를 다시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재방송키로 했다"며 "EBS다큐 '삼광조'와 '존재의 소리'도 방송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BS는 3년 전에도 솔개·부엉이 등을 다룬 EBS 자연다큐를 차용 방송한 바 있다.
◈MBC
국내 방송사상 처음으로 일본 오락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정식 도입해 작품을 만든다. 공개 오락 프로그램 '이브의 성(城)'이 그것으로, 오는 18일(일) 오후 6시에 첫 방송된다.
이 프로는 일본 후지TV에서 근래 방영돼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던 '사랑하는 남자 사랑하는 여자'라는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도입해 제작한 것. 후지TV 측에 회당 일정액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방송하게 된다.
후지TV의 그 프로는 일반 여성 시청자가 출연, 열차를 타고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상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으로, '이브의 성'에서는 '러브 트레인'이라는 코너로 단장된다.
MBC 측은 이 코너에 이용될 특수 모형기차와 30여m 길이의 레일을 제작하는 데 약 2천500만원의 제작비가 들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소모적인 일본TV 표절 시비에서 벗어나고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려는 목적에서 돈을 주고 제작 아이디어를 정식 도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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