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영 들른 영화배우 박중훈씨

웃는 것이 모난데 없이 반듯하다.영화배우 박중훈이 대구를 찾았다. 줄무늬 양복에 노타이의 평범한 차림. 얼마전 촬영을 마친 '인정사정 볼것 없다'의 홍보겠거니 생각했는데 대구방문의 이유가 뜻밖이다.

"저요, 경상도 2세예요. 청도가 고향입니다" 아버지의 고향이란 것을 '경상도 2세'라고 표현했다. 지난 설연휴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청도 선영에 모신 후 영화촬영을 마치자마자 참배하기 위해 달려왔다는 것이다.

'인정사정…'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이후 이명세감독과 함께 한 두번째 작품.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 영화"라고 소개한다. 맡은 역은 동물적 본능에다 과격한 성격의 우형사. 냉혹한 살인자 장성민(안성기)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깡다구'형사다. "판단은 판사가 하고, 변명은 변호사가 하고, 형사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식의 전형적인 형사역할 입니다"

가장 마음에드는 장면으로 살인자를 검거하는 마지막 신을 꼽았다. "태백 탄광촌에서 찍은 격투신인데 너무 리얼하게 하다 보니 상처가 많이 났어요" 그는 왼쪽 눈가의 찢어진 상처를 가리키더니 소매와 바지까지 걷어붙이며 마치 훈장처럼 상처를 내 보인다.

"'진짜 형사'가 되기위해 인천 서부 경찰서 형사와 1주일간 같이 생활했습니다" 변신인가. 박중훈하면 코믹영화가 먼저 떠오른다. 그는 "변신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라 했다. '그들도 우리처럼''게임의 법칙'등 진지한 영화도 많은데 코미디 전문배우로 인식된 것에 대한 아쉬움 섞인 토로.

그러면서 "코믹 연기는 운명적"이라 했다. "나에게 코믹연기를 그만 두라는 것은 마라도나에게 스트라이커 그만두라는 말과 같다"고 비유했다. 문제는 완성도. '할렐루야' 이후 1년반 가량을 쉰 것도 "코믹영화에 너무 지친 때문"이며, 다음 작품에 대한 생각도 "'인정사정…'의 심판을 받고 난뒤 결정하겠다"고 했다.

진지한 연기자세, 성실한 자기관리, 영화에 대한 강한 애착. 박중훈은 한국영화의 굵은 줄기를 이루는 간판스타임에 틀림없다.

인터뷰를 마치자 "고향이 있다는 게 여간 푸근한 게 아니다"며 "대구·경북은 항상 나의 고향이라고 생각해왔다"는 말을 덧붙였다. 진지한 표정에서 가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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